한미 협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오른쪽)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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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날 오후 3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고심을 거듭했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 차원에서 지소미아는 유지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수출규제 등 문제에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관련 인사들은 부처 간 협의와 고위 인사 간 방문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NSC 상임위 직전까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집무실로 찾아가 대면보고를 했고 김현종 청와대 NSC 2차장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지소미아 문제를 논의했다.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응하면서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 협력 구도의 상징이라는 점과 실질적인 군사 정보 교환 성과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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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소미아 파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제휴해야 할 의제에 대해서는 제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무 부처인 방위성의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도 "한·미·일 안전보장상 연계는 매우 중요하며 지소미아는 한일 간 안전보장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공헌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의 광범위한 정보를 근거로 안전보장상 정보 분석과 대응이 가능하다"며 "쌍방에 있어 지소미아는 유익하고 한·미·일 연계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올해 들어 북한이 5월 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부터 일본과 정보 교환을 했다. 16일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북한판 에이테킴스) 2발을 쐈을 때까지 모두 7차례 정보를 교환했다.
한미는 자체 정보자산으로 수집한 정보와 일본이 제공한 정보 등을 토대로 이들 미사일의 속도와 비행 궤적, 정점 고도 등을 분석했다. 북한이 동해 북동방 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쏘면 지구의 곡률(曲率)로 인해 군의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에 음영(사각) 지역이 생긴다. 일본 쪽에서는 이 방향의 탄도미사일을 끝까지 추적 탐지할 수 있어 음영 지역이 생기지 않는다. 지난달 25일 북한이 KN-23 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시험발사했을 때 군이 비행 거리를 430㎞로 판단했다가 다음 날 600㎞로 수정한 것도 일본에서 탐지·추적한 정보를 참고로 한 결과라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일본은 감시 정찰용 무기체계가 발달해 있다. 일본은 정찰위성과 장거리 레이더, 이지스 구축함, 해상초계기 등 정보 수집 자산을 통해 북한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일본은 위성 7기와 1000㎞ 밖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 6척, 탐지 거리 1000㎞ 이상 지상 레이더 4기, 공중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초계기 110여 대 등 다양한 정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에서 발사하는 미사일과 동해에서 활동하는 북한 잠수함 관련 정보에서 상당한 강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한국의 감시 정찰 능력은 일본보다 뒤처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적 정보(휴민트)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은 북·중 접경 지역에서 수집하는 정보와 탈북한 고위층이 전해주는 내용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소미아 파기 여부와 상관없이 한·미·일 간 기밀 정보 교환은 여전히 이뤄질 수 있다. 3국은 별도 기밀 정보 공유 협약인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기밀 정보는 지소미아 폐기 후에도 TISA에 따라 한미, 미·일 간 정보 교환을 거쳐 일본 측에 간접 전달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소미아의 핵심은 정보의 기밀 누설 방지고 교환되는 정보의 수준이나 양을 규정하는 협약이 아니다"며 "지소미아 폐기로 발생하는 구체적인 손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소미아의 가치는 한·미·일 안보 협력의 상징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언급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소미아는 한국이 일본과 맺은 유일한 군사 부문 협정이다. 미국은 이 협정을 매개로 한일 군사협력이 유지·발전되길 희망하고 있고 협정을 맺기까지 미국의 직간접적 압박이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소미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지난 9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 협력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는 분석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소장은 "미국은 3각 안보의 '틀'을 유지한다는 데 지소미아의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며 "틀의 유지를 깨는 것은 미국에 한국의 의도를 의심하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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