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수익성 악화로 곳간이 말라가는 반면 차입금은 급증했다. 매각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 차입금은 5조5476억원으로 작년 말(3조1489억원) 대비 2조398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95억원 줄어든 3548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은 늘고 현금성 자산은 줄어 순차입금(5조4937억원)이 2분기 만에 2조5044억원 증가했다.
재무구조가 이처럼 급속도로 악화된 배경은 새로운 리스 회계기준서 도입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올해부터 적용된 새 회계기준(IFRS16)에 따르면 항공기 '금융리스'뿐 아니라 '운용리스'도 부채로 인식된다. 운용리스는 항공기 리스회사에 매달 리스료를 지급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항공기를 리스회사에 돌려주는 임대 방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다른 항공사에 비해 운용리스 비중이 높아 부채 상승 폭이 크다. 아시아나 항공기 85대 중 운용리스 항공기는 54대로 전체 64%다. 반면 대한항공은 20% 정도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회계변경으로 운용리스 비용이 리스 부채로 반영된 탓에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도 부실화에 한 몫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2분기 영업손실 124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2024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3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화물사업 부진에 '일본 여행 보이콧'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홍준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산업이 여객수요 증가율 둔화에 더해 일본 해외여행 심리악화, 중국 신규 운항 및 증편 금지 등으로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적 부진과 경영환경 악화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 흥행을 가로막은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의 분리매각 목소리도 나온다. 매각주체인 금호산업, KDB산업은행, 채권단은 통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금호산업과 매각 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은 다음 달 3일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10월 본입찰을 진행한 뒤 연내 매각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제주항공을 보유 중인 애경그룹과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를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 홍 연구원은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실적으로 나타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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