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탈출·게으름 예찬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동학농민혁명은 파란의 역사를 겪었다. 한때 '동학난'이라며 폭도의 반란 정도로 규정됐으나, 지금은 한국근현대사와 민중해방운동사에 우뚝 솟은 봉우리로 평가하는 데 누구도 망설이지 않는다.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저자는 1980년대 중반에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의 재조명을 위한 사업을 다양하게 펼쳤다. 이번 책은 동학농민혁명의 전적지를 차례로 돌아보며 농민군이 탐관오리에 맞서고 외세에 맞서 민중과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자취를 기록했다. 싸움의 승리를 기억하기 위한 전적지 답사서에 머물지 않고 싸움의 정신을 기억하기 위한 역사 기록서인 것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동학의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닌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 이같이 감회를 밝힌다.
"겨우 한 가닥 길을 찾아 걷고 걸어서 험한 물을 건넜다. 산 밖에 다시 산이 나타나고 물 밖에 또 물을 만났다. 다행히 물 밖의 물은 건너고 간신히 산 밖의 산을 넘어서 바야흐로 넓은 들에 이르자 비로소 큰 길이 있음을 깨달았다."
푸른영토. 304쪽. 1만4천800원.
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답사기 |
▲ 불황탈출 = 박상준 지음.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정책과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발표하자 한국은 충격에 빠졌다. 저자는 일본이 이처럼 과감한 무역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이유는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청년실업에 시달리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완전고용을 달성했고, 서울 번화가에 임대문의 전단지가 가득한 데 반해 도쿄의 공실률은 1%에 불과하다. 일본은 한일 무역전쟁으로 타격이 있을지라도 자국 경제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버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다.
와세다대학 교수(경제학)로서 일본에서 20년간 거주하며 일본의 불황기와 호황기를 지켜봐 온 저자는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한다"며 치밀하게 전략을 수립하되 우리보다 한 발짝 앞서 불황을 탈출한 일본에서 힌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키. 292쪽. 1만6천원.
불황탈출 |
▲ 게으름 예찬 =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정신없이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휴식을 위한 시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워라밸 문화의 확산으로 대부분의 기업도 근로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황금 같은 휴식 시간이 주어져도 제대로 즐길 줄 모른다.
호주의 문학 연구자인 저자는 늘어나는 여가 시간을 현명하게 활용할 때 우리 삶에 깊이가 생기고 행복으로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고 말한다. 저마다의 삶에서 일과 휴식, 다시 말해 소유와 존재 사이에서 더 나은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자는 거다. 이 책은 빈둥거림의 미학과 게으름의 기술에 대해 일러주며 멋지게 시간 보내는 방법을 일러준다.
다산초당. 296쪽. 1만5천500원.
게으름 예찬 |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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