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개와 인간의 생태학적 공진화 살펴
늑대는 현생인류보다 먼저 지구 곳곳에서 살았다. 최초의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광활한 아시아 대륙에 진입했을 때 늑대는 이미 북반구에 널리 퍼진 포유동물이었다.
그렇다면 네 발 짐승인 늑대가 두 발로 보행하는 영장류와 언제, 어떻게 연대하게 됐을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인간이 이득을 얻고자 야생동물을 통제하고 길들였다'는 인간 중심적 가축화 견해다. 이 같은 서양 전통의 시각은 인간과 늑대의 초기 관계를 경쟁, 폭력, 적대적으로 가정한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늑대가 인간에 의존하게 됐고 인간은 그 늑대를 통제하게 됐다는 것. 늑대는 수천 년 동안 인간에 의해 선택교배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가축화한 개가 됐다고 주장한다.
이와 두드러지게 대조를 이루는 관점이 원주민과의 연대설이다. 원주민들은 한결같이 늑대와 인간 사이의 우호적 상호작용을 이야기한다. 늑대는 원할 때마다 자유롭게 인간이 머무는 곳에 오갔고, 이 같은 공존과 화해, 그리고 협력은 서구 식민주의 이전까지 지속했다.
후자인 연대설을 지지하는 진화생물학자 레이먼드 피에로티와 브랜디 R. 포그는 공저 '최초의 가축, 그러나 개는 늑대다'를 통해 늑대가 어떻게 개가 되고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됐는지 과학적 증거와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이들 저자에 따르면, 늑대 중에서도 특히 무리에서 소외당한 늑대들은 구석기시대부터 각자의 능력과 감성 역량을 기초로 인간과 자연스러운 유대를 맺었다.
안타깝게도 원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추방당해 전통적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면서 늑대 역시 식민주의의 압박 속에 대량 학살됐다. 원주민과 늑대의 수평적 동반자 관계가 유럽 식민주의자들의 침탈을 계기로 끝나고 수직적 종속 관계로 전락하고 만 것.
더욱 안타까운 점은 늑대가 개로 가축화하는 동안 인간 역시 각종 차별과 억압, 착취를 통해 지배-종속 관계로 '가축화'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전통은 오늘날 인종주의나 외국인 혐오 같은 불쾌한 태도의 밑바탕을 이룬다.
진화생물학과 인디언 부족의 민속을 연구한 두 저자는 기존의 가축화 모델이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데다 야생 늑대를 악마화하는 서양 문명의 전통적(기독교적) 편견까지 깊이 개입돼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다양한 과학적 증거와 원주민과의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늑대-개와 인간이 공생·협력해온 역사를 다시 그려낸다. 인간과 늑대의 공진화 과정에서 최초의 가축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살피고 이를 통해 둘 사이의 오랜 유대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저자들은 "15~19세기에 수많은 동물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포식자가 늑대 아닌 인간이었다"며 "늑대의 억울한 오명을 씻고 이 동물을 올바르게 이해해 과거의 우리 조상이 그랬듯이 늑대(개)와 인간이 서로 상처 주지 않고 조화롭게 사는 길을 모색하고자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한다.
뿌리와이파리. 고현석 옮김. 436쪽. 2만5천원.
최초의 가축, 그러나 개는 늑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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