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 출간
요즘 젊은이들에게 도움될 말들 엮어
"선의의 경쟁·인간애 있는 사회에 살고파"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설가온에서 열린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시련과 고통 없이 성장한 역사는 없다. 사회가 어렵고 힘들더라도 내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다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올해 상수(上壽·100세)를 맞은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가지고 정진하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 한 식당에서 열린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와 ‘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일제시대와 전쟁기, 1970~1980년대를 돌아볼 때 우리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여건이 나쁘진 않다”며 “젊은이들이 열린 시각을 가지고 해외로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920년 생으로 도산(島山) 안창호 선생의 강연을 들었고 윤동주 시인과 동문수학했다. 1964년부터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한국 철학계 거두이자 고령화 사회의 상징이면서 우리 사회에 통합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원로로 꼽힌다.
이번 책은 그가 50여년 전에 썼던 글 중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읽어도 괜찮을 만한 내용을 추려 엮은 것이다. 김 교수는 “100년을 살아보니 정치적 이슈나 그 시대의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사라졌지만 인간문제나 사상, 윤리는 시간이 지나도 남더라”며 “철학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논제들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휴머니즘이 열린사회로 가는 지름길”
김 교수가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평양 숭실중학 시절부터였다.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1년간 학교를 안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 시간 동안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을 읽으며 사상과 문장력을 배웠다고 한다. 결국 신사참배를 하기로 하고 1년후 학교로 돌아갔지만, 오히려 민족의식과 독립정신이 자라났다.
그는 “당시 수많은 학생들 중 신사참배를 거부한 이는 윤동주와 나, 단 두 사람밖에 없었다”며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어려운 시기를 지나온 것이 지금의 내 인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내외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팽배한 현 시대의 문제점이 통일된 정치관·가치관의 부재에서 온다고 봤다. 인류의 역사가 5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도 꼭 필요한 것은 ‘휴머니즘’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감각이 없는 지도자가 있는 한 탈출구가 없다. 운동권 출신의 사람들이 청와대에서 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사라지기 어렵다. 21세기에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보다 한 차원 높은 열린 사회로 가느냐, 닫힌 사회로 가느냐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UN이 강조하는 휴머니즘 정신을 살려가는 것이 열린사회로 가는 가장 좋은 길이다. 선의의 경쟁을 하는 자유를 믿고, 인간애가 있는 사회에 살고 싶은 것이 나의 철학적 목표다.”
현재까지도 전국을 다니며 수많은 강연을 하고 있다. 올해만해도 150회가 넘는 강연회에 연사로 나섰다.
“100명의 사람이 100가지 일을 하더라도 목적은 똑같다. 내가 하는 일에 책임을 다함으로써 사람들이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거다. 정치인은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서, 교육자는 제자들을 키워서 사회에 도움을 주고, 의사는 환자들을 행복하게 해준다. 내가 하는 일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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