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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DLS 대란]투자자는 원금 다 날릴 판인데…수수료 챙기는 은행·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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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만기 전 조기 상환할 땐

1년에 투자액의 3~4%씩 받아

이데일리

A시중은행의 사모펀드 파생상품 판매 절차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투자자만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 된 거죠.”

금융권의 한 파생상품 전문가는 이렇게 탄식했다.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과 이 증권을 담은 파생결합펀드(DLF) 투자자가 투자금을 몽땅 날릴 우려가 커졌지만 정작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는 거액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18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최근 투자금 전액 손실 우려가 커진 만기 10년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은 투자액의 1%를 판매 수수료로 뗐다. 투자금 1000억원을 유치했다면 은행이 10억원을 판매 수당으로 가져갔다는 얘기다. 펀드 만기 전 조기 상환이 이뤄지면 은행이 많게는 1년에 투자액의 3~4%까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구조다.

DLF 투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도 투자액의 연 0.175%를 신탁 보수로 받는다. 반면 투자자의 원금손실이 발생해도 DLF 상품을 만든 증권사와 이를 판매한 은행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 외국 대형 금융회사와 똑같은 조건의 파생 거래 계약을 맺어 시장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모두 외부에 넘겼기 때문이다. 금리연계형 DLS를 발행한 국내 증권사는 모두 이런 ‘백투백 헤지(back-to-back hedge, 발행된 ELS 등의 수익구조와 동일한 파생상품을 매입해 위험을 헤지하는 거래)’ 계약을 JP모건 등 외국 금융사와 맺은 상태다.

해외 거대 금융사가 만든 고위험 금융 투자 상품을 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들여와 한국 투자자만 골탕을 먹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의 ‘손실 배수’(투자자의 손실률을 정하는 기준)는 무려 200~333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상품은 펀드 만기 때 독일 국채 금리가 -0.2%보다 높으면 투자자에게 연 3~5% 수익을 제공하지만 이보다 낮아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손실 배수가 200이라는 것은 만기 때 금리가 기준점인 -0.2%보다 0.01%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원금은 그 200배인 2%씩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금리가 이보다 내려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막대한 손실률을 책정한 것이다.

만약 만기 시점의 금리가 기준인 -0.2%보다 0.5%포인트 낮은 -0.7% 이하로 내려가면 투자 원금을 100%(0.5%×200배) 날리게 된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6일 기준 -0.684%까지 내려간 상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다른 금융 투자 상품의 경우 손실 배수가 많아야 10배 정도”라며 “200배는 처음 보는 숫자인데 일반적인 채권 투자자라면 절대 거들떠보지도 않을 매우 위험한 상품이라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고위험 금융 상품이 국내 금융권에 확산한 출처를 추적할 방침이다. 국내 투자자가 날린 투자금을 외국 금융회사가 가져갔을 가능성도 있다. 외국 금융사가 독일 국채 금리가 내릴 것으로 예상해 투자해놓고 한국에는 정반대 조건의 상품을 만들어 넘겼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해당 상품이 처음부터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불공정 금융상품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금융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금감원 관계자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대폭 떨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높은 손실 배수를 정했다고 한다면 불공정성을 판단하기가 모호하다”며 “결국 투자자에게 이런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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