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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中 무력개입' 우려 속 170만 홍콩 시위 평화적으로 마무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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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행진 불허에 긴장 고조했으나, 4주 만에 '평화시위' 달성

'유수식 집회'로 질서 유지…빗속 펼쳐진 우산에 '우산혁명' 연상

대규모 도심 시위 '비폭력'으로 끝나 中 무력개입 명분 사라져

연합뉴스

홍콩 '광복(光復)'을 바라는 시위 참가자
(홍콩=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8일 밤 홍콩 정부청사 앞에서 민간인권전선 주도로 열린 송환법 반대, 경찰 강경 진압 규탄 집회에 참가한 한 학생이 '광복향항(光復香港)! 시대혁명(時代革命)!'이란 문구가 적힌 안전모를 쓰고 있다. utzza@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 사태에 중국이 무력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18일 오후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가 열렸다.

저녁까지 이어진 이 날 시위는 평화적으로 마무리됐고, 주최 측 추산 17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도심 시위가 '비폭력'으로 끝나면서 중국의 무력개입 명분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의 대규모 도심 시위를 주도했던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후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시위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검은 폭력과 경찰의 난동을 멈춰라'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시작 시간인 오후 2시 무렵 이미 수많은 인파가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메웠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빅토리아 공원과 인근 틴하우, 코즈웨이베이 등에서 벌어진 송환법 반대 시위에 170만 명이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1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한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이끈 단체이다.

민간인권전선은 당초 빅토리아 공원에서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할 계획이었으나,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이를 불허해 일부 시위대가 행진을 강행할 경우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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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빅토리아 공원의 끝없는 우산 행렬
(홍콩 AP=연합뉴스) 18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우산을 받쳐든 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및 경찰의 강경 진압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leekm@yna.co.kr



홍콩 지하철 당국은 빅토리아 공원 집회로 인한 혼잡이 우려된다며 인근 틴하우 역과 코즈웨이베이 역 등에서 열차를 정차시키지 않았다.

주최 측도 이러한 우려를 고려한 듯 이날 집회가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화이비(和理非) 집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오늘 집회에 참여하는 인원이 100만 명을 넘을 수 있지만, 빅토리아 공원의 수용 인원은 10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경찰의 요구에 응해 '유수(流水)식 집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수식 집회는 빅토리아 공원의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이 집회장에 15분만 머무르다 빠져나가 집회가 흐르는 물처럼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날 집회는 별 무리 없이 원만하게 진행됐다.

집회에서 민간인권전선 천쯔제(岑子杰) 간사는 이날 집회를 평화시위로 만들자고 거듭 촉구했다.

천 간사는 "오늘 하루 평화와 이성으로 비폭력 시위를 이루자"며 "홍콩인들은 용감하고 싸움에 능하지만, 또한 평화와 이성, 비폭력을 통해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집회의 목적은 경찰과 폭력배의 난동과 폭력을 규탄하고 우리의 5대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캐리 람 행정장관이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홍콩을 갈등과 충돌의 길로 밀어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반중국 성향 신문인 빈과일보 창립자 지미 라이도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잃게 된다"며 평화 시위를 강조했다.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던 조슈아 웡(黃之鋒)은 언론 인터뷰에서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같은 유혈진압이 우려된다면서, 자신은 '홍콩 독립'과 같은 주장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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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력진압 우려 속에 열린 홍콩 대규모 집회
(홍콩=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8일 오후(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에 참가한 한 홍콩 시민이 우산행렬 사이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집회는 홍콩 대규모 도심 시위를 주도했던 민간인권전선 주도로 열렸다. 2019.8.18 utzza@yna.co.kr



오후 들어 쏟아진 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가 우산을 든 채 빅토리아 공원 일대를 가득 메우면서 2014년 '우산 혁명'이 연상된다는 얘기도 나왔다.

우산 혁명은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홍콩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한 민주화 시위이다. 우산 혁명은 당시 시위대가 우산으로 경찰의 최루액 등을 막아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날 집회는 20대, 30대 젊은 층이 주류를 이뤘으나,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부와 중장년층, 노인들도 눈에 많이 띄어 각계각층이 참여한 모습이었다.

다만 이날 비가 온 데다 송환법 반대 시위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 타격 등을 우려한 듯 이날 시위 참여자는 6월 16일 200만 명보다는 다소 줄어든 모습이었다.

지하철역에는 비에 젖은 옷을 갈아입으라고 마른 옷을 가져다놓은 시민도 있었으며, 교통카드인 '옥토퍼스 카드'를 쓰지 말고 일회용 카드를 쓰라며 동전을 가득 놓은 부스를 마련한 사람도 있었다.

이날 빅토리아 공원의 집회장을 빠져나간 홍콩 시민은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애드머럴티, 센트럴 등에서 자유롭게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중에는 미국 성조기와 영국 통치 시절 홍콩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시위대 일부가 완치이의 경찰 본부와 애드머럴티의 정부청사 건물에 레이저 포인터로 빛을 비추기도 했으나, 경찰과 충돌은 없었다.

일부 시위대는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에 가서 시위하자는 주장을 펼쳤으나, 호응을 얻지 못해 무위로 끝났다. 중련판 인근에는 수백 명의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홍콩 경찰은 최근 시위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시위 현장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아 시위대와 충돌을 최대한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이날 경찰이 홍콩섬에 물대포차 2대를 배치했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으나, 시위 현장에는 투입되지 않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홍콩 명보에 "시위대가 자유롭게 행진하는 것을 용납할 것이며, 시위대가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한 경찰도 무력을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6일과 전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호주 멜버른, 시드니,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는 이날 열린 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려 홍콩 시위대에 대한 연대의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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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령 홍콩 깃발 든 시위대
(홍콩=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8일 밤 홍콩 정부청사 앞에서 민간인권전선 주도로 열린 송환법 반대, 경찰 강경 진압 규탄 집회에 참가했던 시위대가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되기 전 사용됐던 영국령 홍콩 깃발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2019.8.18 utzza@yna.co.kr



이날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나면서 홍콩의 송환법 반대 주말 시위는 4주 만에 처음으로 평화 시위에 성공했다.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돼 이번에 11번째를 맞은 송환법 반대 주말 시위는 지난달부터 평화 집회 후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극렬하게 충돌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하는 등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했고, 무려 149명이 체포됐다.

이에 반발한 시위대가 12일부터 이틀간 홍콩국제공항 점거 시위에 나서 979편의 항공편이 취소되는 '항공대란'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중국이 홍콩 사태에 무력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도 홍콩 경계에서 10분 거리까지 전진 배치돼 사실상의 '무력시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날 송환법 반대 시위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주최 측과 경찰 모두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홍콩 도심 센트럴의 차터가든 공원에서는 주최 측 추산 2만2천여 명의 교사가 모인 가운데 송환법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으며, 오전에 시작된 집회는 오후까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오후에는 카오룽반도 훙함 지역에서 수천 명의 홍콩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송환법 반대 집회 및 행진이 진행됐으며, 행진이 끝나고 나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인근 몽콕 경찰서를 둘러싸고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시위 참여자가 육교 위에서 경찰 차량에 쓰레기통을 던지고 경찰이 이에 맞서 빈백건을 발사하기도 했으나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으며, 시위대는 저녁 8시 무렵 대부분 해산했다.



전날 홍콩 도심의 타마르 공원에서는 친중파 기업 총수가 대거 참여한 친정부 시위가 열렸으나, 송환법 반대 시위대와 충돌은 없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1면 톱 기사 제목으로 '최루탄 없는 토요일 밤이 지나가 홍콩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내걸어 이번 주말 평화 시위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염원을 짐작하게 했다.

이번 주말 시위가 평화적으로 끝나면서 중국이 홍콩 사태에 무력으로 개입할 명분이 사라져, 첨예한 갈등으로 치달았던 홍콩 시위 정국이 다소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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