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판매한 금리연계형 파생금융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수천억 원대 손실을 볼 우려가 커지자 '제2의 키코(KIKO)'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가 된 상품이 투자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는 '고위험' 구조라 큰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이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려고 가입했던 키코와 소수 자산가나 연기금 등을 중심으로 판매한 이번 상품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금융사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나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왑(CMS) 7년물 금리 등 해외 금리에 연계한 파생결합증권(DLS)을 판매했다. DLS는 금리와 원자재 등 기초자산과 연계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문제가 된 상품은 키코와 구조가 비슷하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미리 약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환율이 상한선(knock-In)을 넘으면 기업이 약정 환율과 실제 환율 간 차액의 두 배를 은행에 물어줘야 한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당 원화값이 1800원대까지 급락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DLS 역시 금리의 일정 구간을 정해놓았다. 상품 만기 시점에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투자자들은 연 3~5%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반면 금리가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잃는 구조다. 키코처럼 DLS는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비해 위험성이 지나치게 크게 설계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원금을 다 날릴 수 있지만 정작 은행은 수수료 수입만 생기고, 져야 하는 위험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소 투자 금액이 1억원 이상인 '사모펀드'를 통해 판매됐다는 것이 키코와 다른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업적 판단으로 가입했던 키코와 달리 이번 상품의 경우 자산가들이 돈을 불리기 위해 가입한 사모펀드라는 인식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소 투자액이 높은 만큼 평소 본인의 투자 성향을 잘 알고 정보가 많은 자산가들이 투자를 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반 공모펀드보다 규제가 느슨한 사모펀드여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조사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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