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성남시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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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성남시장이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이력을 문제 삼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향해 "그렇다면 당신은 왜 그때 독재에 저항하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후보자와 함께 사노맹 사건에 연루됐던 은 시장은 1992년 구속돼 6년간 복역한 뒤 출소했다. 사노맹은 노태우 군사 독재정권의 타도와 민주주의 정권의 수립, 사회주의적 제도로의 사회 변혁 등을 목표로 활동한 단체였다. 서울대학교 학도호국단장 출신 백태웅과 노동자 시인 박노해 등이 중심이 되어 1989년에 결성됐다.
은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노맹과 연관된 모든 사람은 담담히 그 대가를 치렀다. 사람을 짓밟는 군화발에 저항했고 가혹한 고문을 일삼던 어두운 방의 고통을 견뎠으며 목숨까지 요구했던 그 시대를 버텼다"라고 토로했다.
은 시장은 "가끔 터져 나올 것 같은 비명을 참으며 지금까지 살았고 때가 되면 터지는 빨갱이 사냥의 무례함에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다. 저는 되묻고 싶다. 그러면 당신은 왜 그때 저항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대 때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꽁꽁 묶은 밧줄에 잡혀 재판을 받았다. 수술 후 깨어난 중환자실에서도 발에는 수갑이 채워졌다. 교도소 제 방에는 창문조차 없었다. 민들레꽃씨가 날아와 그제야 봄인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그 세월을 버틴 것은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었다. 분명한 건 사람은 그 어떤 이유로도 고문받아서는 안 된다. 혐오와 갑질에 시달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약자를 보호할 당연한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고통을 우리 대에서 끝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금도 산다. 그러니 사노맹을 내버려 달라. 은수미와 조국만이 사노맹이 아니다. 사람의 고통에 공감했던 수많은 젊은 영혼들이 사노맹이었다. 이들에게 더 이상 무례하게 굴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항을 한 조국은 안 되고 가만히 있거나 동조한 당신은 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는 것이다. 당신 자신부터 되돌아보아라"라고 덧붙였다.
[사진 은수미 성남 시장 페이스북] |
지난 12일 황교안 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조 후보자는 과거 사노맹 관련 사건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았던 사람이다. 국가 전복을 꿈꿨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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