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술력은 없으면서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중기·벤처에 대해 더 이상 '예산 뿌리기' 방식의 연구개발(R&D)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보조금을 노리고 실패 위험이 낮은 쉬운 과제만 지원해 예산을 받아가는 행태가 되레 '좀비기업'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신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 R&D와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산화에는 지원 규모를 대폭 늘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4일 열린 '제21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혁신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가장 큰 특징은 다수 업체에 소액씩 지원해오던 방식을 미래 유망산업에 집중적으로 대폭 지원하는 것이다. 현행 1년 단위로 평균 1억원씩 지원하던 '저변확대형' 방식을 3년 단위로 최대 20억원씩 지원하는 '집중 지원형'으로 기간과 금액을 대폭 늘렸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기존에는 지원 기간이 1년 단위여서 단기 성과를 낼 수 있는 쉬운 R&D를 제출하는 업체가 많았다"며 "'좀비기업'뿐만 아니라 R&D 역량이 우수한 기업도 단기·소액 사업 위주로 수행해 R&D 역량에 따른 차등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원 개선 배경을 밝혔다. 혁신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20개 4차 산업혁명 전략 분야에 대해 아이디어 구현에서 스케일업(Scale-up)까지 단계별로 지원 기간과 지원액을 대폭 확대한다. 이 분야 R&D 지원금만 총 2000억원을 책정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미래 선도형 3대 신산업인 시스템반도체·미래형 자동차·바이오헬스에는 매년 1000억원 이상 집중 지원한다.
다만 지원액이 대폭 늘어난 만큼 인건비와 장비·재료비 구입 등에 대한 부정 사용 감시는 강화할 계획이다. 소재·부품·장비 기술 독립을 위해 '강소기업 100+ 스타트업 100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연말까지 기술 역량을 보유한 기업 100곳을 강소기업으로 지정·지원해 전략품목의 빠른 국산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소재·부품·장비 관련 우수 창업 아이템과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벤처) 100곳을 순차적으로 선정해 지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 간 융합이 중요하다고 보고 업체 '단독 지원'을 지양하며, 대신 산학연 간 '협력형·개방형 R&D'를 확대한다. 이를 위해 민간 벤처캐피털(VC)이 기업을 선별해 우선 투자하면 정부가 이후 매칭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선민간투자·후정부매칭'을 도입한다. 또 산학연 협력 R&D를 현행 39%에서 중·장기적으로 50%까지 확대하고, 기업에서 R&D를 위탁받는 형식의 독일 기술상용화 전문연구기관(프라운호퍼) 모델을 도입해 R&D 직접 수행에 따른 기업 실패 위험을 덜어주기로 했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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