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비수기 여행 수요 부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영향으로 인한 화물 부문 실적 악화, 원화값 약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항공사들이 예외 없이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내놨다. 업계 맏형인 대한항공을 비롯해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까지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2분기 매출 3조201억원, 영업손실 1015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소폭(0.2%)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2755억원에서 3808억원으로 확대됐다. 상반기 전체를 놓고 보면 매출은 6조699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592억원에서 467억원으로 81.9% 감소했다.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화물 부문 부진, 원화값 약세, 인건비 상승 등 크게 세 가지다. 화물 사업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전 세계 물동량이 감소하고, 여기에 더해 반도체 업황까지 나빠지면서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제선 화물 수송량은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 1~7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수송된 화물량은 총 156만49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2% 줄었다. 7월만 놓고 보면 감소세가 더 가파르다. 인천공항의 7월 항공 화물 수송량은 총 22만1000t으로 전년 대비 8.1% 감소했다.
원화값 약세 또한 큰 부담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원화값이 달러당 10원 떨어지면 연간 90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고, 300억원의 연료비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화값은 올 1분기 달러당 1125.08원에서 2분기 1165.91원으로 40.83원 떨어졌다. 최근에는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대에 고착화하면서 항공사들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따른 조업비 상승 등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안전장려금 600억원과 300억원 규모의 조종사 임금·단체협약 타결에 따른 소급 지급 등 일회성 비용도 발생했다.
같은 날 2분기 실적을 내놓은 LCC들도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진에어는 올 2분기 매출 2140억원, 영업손실 2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고, 매출액은 6%(125억원) 줄었다. 티웨이항공도 2분기 26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 6일 LCC 중에서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제주항공도 2분기 27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LCC들은 공급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 여행 수요 증가세 둔화 등 업황 부진과 환율과 같은 거시경제 변수 등이 적자 전환의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성수기인 3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여행객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일본 노선이 '보이콧 재팬'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는 가운데, 원화값 약세로 인해 내국인의 해외여행 부담마저 늘어나면서 LCC들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분기에도 LCC에 큰 타격을 주는 일본 노선 부진과 대형 항공사의 발목을 잡는 화물 사업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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