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선풍기만 겨울은 휴지로 막아…창 없어 퀴퀴
"건강한 사람도 아파서 나가"…학교 뒤늦게 전수조사
지난 9일 휴식 중 숨진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가 사용하던 휴게실 내부. 지하 1층 계단 밑에 위치한 비좁은 휴게실은 퀴퀴한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고 열기와 습기가 가득했다. /김도용기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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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건강한 사람도 이곳에서 지내면 아파서 나갔어요."
서울대 청소노동자 A씨(67)는 지난 9일 오후 12시30분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제2공학관(302동) 직원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다 숨을 거뒀다. 아직 정확한 사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경찰은 병사로 처리한 상황이다.
A씨의 장례식이 모두 끝나고 14일 유가족은 A씨의 유품을 가져가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유가족과 언론에 공개된 휴게실은 건물 지하 1층 계단 밑에 있었다. 휴게실은 1평 남짓으로 성인 남성 2명이 누우면 꽉 찰 정도로 좁았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했다. 창문은 없었고 주먹만한 환풍기가 유일하게 휴게실의 환기를 책임졌다.
더위와 추위에도 취약했다. 냉방을 위한 방법은 선풍기가 유일했다. 에어컨은 볼 수 없었다. 휴게실 바닥에 열선이 있지만 임시 구조물로 이뤄진 바깥쪽 벽에서는 찬바람이 들어와 겨울에는 휴지로 사이사이를 막은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A씨가 숨진 것을 처음 발견해 신고했던 동료 B씨는 "2011년 A씨와 함께 이곳에 왔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5명이 이 공간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2명이 누워도 공간이 없는데 너무나도 비좁았다. 또한 냄새가 너무 심해 환풍기도 내가 설치했다"고 말했다.
B씨는 "A씨가 심장수술을 15년 전에 받았다고 들었다. 최근 병원에 다녀온 뒤 괜찮다면서 밥도 잘 먹고 잘 지냈다. 그러다가 그날 갑자기 일이 벌어졌다"고 A씨가 최근 건강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휴식 중 숨진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가 사용하던 휴게실에는 작은 환풍기만이 있었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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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분조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분회 분회장은 "일부에서 지병 때문에 숨을 거뒀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면서 "A씨는 지난 3월1일 건강검진 결과를 학교에 제출하고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아 1년 재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정년이 65세까지고 이후 3년 동안은 건강검진 결과 등을 제출, 1년씩 계약을 연장했다
A씨와 함께 제2공학관에 일하는 동료 C씨는 "2002년 이 건물이 지어질 때 휴게실은 없었다. 창고로 만들어졌다가 우리가 요구를 하니까 이 공간을 줬다. 여기서 생활했던 사람들은 처음에 건강했다가도 아파서 나갔다"면서 "대학 내에 이런 휴게실이 더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가족은 노조와 함께 학교 측과 만나 약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고 추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앞서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은 A씨의 빈소를 찾았으며 학교 측에서는 장례 절차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관계자는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하며 노조 측 요청에 따라 전담팀을 꾸려 학내 노동자들의 휴게시설을 전수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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