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400번째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이날 전 세계 곳곳에서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도 동시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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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주최 측이 마련한 '평화로'에는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대형 걸개그림과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사진이 전시됐다. '오늘이 마지막 수요일이기를', '끝까지 기억하겠습니다' 등 시민들의 응원 문구가 담긴 나비모양 메모도 가득 붙어 있었다.
시위 현장에 마련된 위안부 할머니들을 후원하기 위한 물품 판매대도 시민들로 붐볐다. 바로 옆에는 최근 개봉한 영화 ‘김복동’을 알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시민들에게 종이 피켓과 카드를 나눠주며 홍보했다.
행사 시작 시간이 가까워오자 시민들의 인파는 더욱 몰려들었다. 특히 앳된 얼굴로 밝은 표정을 한 중·고등학생들 무리가 삼삼오오 시위 장소로 모였다.
마포구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최지호(16)군은 "학교에서 위안부와 관련한 특별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오게 됐다"며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어 유익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참여한 어린이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인파에 놀라면서도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행사를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아버지, 남동생과 시위에 참여한 박다현(13)양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을 침해해놓고 일본정부는 사과도 안 하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안 한다"면서 "나도 나중에 무대에 올라 자유발언을 해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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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 36도의 폭염 속에 2시간여에 걸쳐 행사가 진행됐지만 대부분 시민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감동적인 문화공연에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어린 학생들의 용기있는 발언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고등학생 백지은(17·여)양은 "오늘 수요시위에 처음 와봤는데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최근 시민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된 것 같아 좋고, 다음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 전국 13개 도시·해외 9개국에서도 연대...일본정부 규탄 한목소리
이날 행사는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서울을 포함해 안양·수원·원주 등 13개 도시는 물론 일본, 영국 등 해외 9개국 21개 도시에서도 함께 진행됐다. 세계 각국에서 보낸 평화의 메시지 영상이 스크린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됐다.
북한의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의 연대사도 소개됐다. 북측 위원회는 "일본은 패망 이후 오늘까지도 천인공노할 범죄를 인정조차 안 하고 있다"며 "온 민족의 원한과 분노를 폭발시켜 일본의 과거 범죄에 대한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투쟁에 온 겨레가 힘차게 떨쳐나서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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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시위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1992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수요시위는 대한민국을 넘어 일본, 그리고 세계 각국 시민들의 위드 유(with you)를 만들어냈다"며 "그럼에도 일본정부는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 없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담보로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정부의 전쟁 범죄 사실인정, 공식사죄와 배상을 포함한 법적책임 이행 등을 재차 촉구했다.
이날 시위에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박주민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국회의원들도 다수 참석해 일본정부를 비판하며 정치권의 노력을 다짐했다.
광복절을 맞아 지난 12일부터 3일간 지지자들과 일본정부 규탄을 위한 걷기 행사를 진행했다는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국민들의 뜨거운 각오와 열기가 보인다"며 "오늘 정치인들도 많이 왔는데, 국민들로부터 희망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서 일본과 올바른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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