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는 후원미사 봉헌, 신자들은 바자회로 공사비 충당
박민서 에파타성당 주임 신부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서울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전용 성당이 처음으로 들어선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오는 25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에파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축성식을 거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에파타성당은 서울지역에는 처음 문을 여는 청각장애인 전용 성당이다. 2017년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공사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새 성전에서 신자들을 맞이하게 됐다.
성당은 대지 총 886㎡에 지하 2층, 지상 6층으로 규모로 지어졌다. 연면적은 2천405㎡로 대성전과 소성전, 언어청각치료실, 작은 피정의 집 등을 갖췄다.
무엇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특징이다. 미사를 봉헌하는 300석 규모 대성전은 어디서든 수화가 잘 보이도록 계단식으로 만들었다. 가로 3m, 세로 1.8m 크기의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해 주례 사제의 수화, 자막도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제대 벽면 대형 십자가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걸었다.
에파타성당이 지어지기까지는 주임 박민서 신부의 역할이 컸다. 아시아 첫 청각장애인 사제이자 농아선교회 담당인 그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수녀회 건물을 빌려 미사를 집전해왔다.
박민서 에파타성당 주임 신부 |
하지만 농아선교회에 등록된 신자 수는 500명인데 반해 미사 시간에 함께할 수 있는 신자 수는 150명에 불과할 정도로 성전 공간이 비좁았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로 뛰며 성당 건립비용을 마련하기로 했다. 2011년부터 8년간 150개 성당을 방문해 후원 미사를 봉헌했다고 한다. 이렇게 모은 후원금은 고스란히 에파타성당 건립에 사용됐다.
신자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자선바자회와 음악회 등을 통해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 성당 벽면에는 서예를 좋아하는 박 신부가 한 달에 걸쳐 직접 쓴 요한복음 6장의 글자 600자가 새겨졌다. 성경 말씀 끝에는 박 신부의 호인 '수우(守愚)'가 붙었다. 자신을 바보라 불렀던 김수환 추기경을 본받는 사제가 되라며 그의 서예 스승이 지어준 것이다.
박 신부는 "많은 응원을 보낸 신자들 덕분에 성당이 완공될 수 있었다"며 "'열려라'라는 뜻의 에파타처럼 우리 성당도 모든 분께 활짝 열려 있다. 청각이 건강한 건청인 신자들도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에파타성당 조감도 |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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