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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日 대책회의서 머리 맞댄 재계·노동계, 근로시간 유연화 등 놓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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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기업 활동 여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는 불리하지 않아야"
한노총 "위기 극복 명목으로 노동 일방적 희생·양보 안돼"
홍남기 "내년 소재·부품·장비 예산 2조원 이상 생각"

조선일보

14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 제2차 회의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윤영일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 정진석 일본수출규제특위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위의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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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가 14일 국회에서 2차 회의를 열었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범(汎)국가적 대응을 논의하는 협의회에 경제계와 노동계도 참여해 머리를 맞댔지만 서로 이견을 드러냈다. 경제계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 시간 단축이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노동계는 '노동자 희생을 강요하는 방안은 한국 사회에 더 큰 혼란과 분열이 생길 것'이라며 반발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연구개발(R&D)과 기술 부문에서 일본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유연성, 환경규제 등 기업들의 활동 여건이 최소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법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모든 기술을 단기간 내 개발할 수 없고, 생산성·효율성·가격에 기반한 국제적 분업 원리에서 볼 때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경총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건의 사항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도 "현장의 중소·중견기업들은 정부의 대책이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한다"면서도 "R&D·인력·근로시간·화학 관련 (규제) 규정의 유연한 적용없이는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번 대책은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없이는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과 양보만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면 한국 사회는 회복 불능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기회를 맞아 경영계 일부에서는 규제 완화를 핑계로 근로시간과 산업안전 관련 노동자 보호장치를 일부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 기본권과 생명권, 안전하게 살 권리를 훼손시킨다고 일본 경제보복의 위기가 극복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의 피해자는 성실하게 일하던 노동자였다"며 "일본 경제 보복에 대응하는 우리 자세가 과거와는 전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동이 끝난 후 브리핑에서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 산업 관련 (내년도) 예산 규모를 기존 예산까지 합해 총액 2조원 이상 반영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관련 예산규모를 순증 1조원 이상 반영한다고 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내년도 예산안 편성 비공개 협의에서 일본 수출 규제 관련 대응 예산을 2조원 이상 편성해야 한다고 정부에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는 관련 예산의 재원과 관련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키 포인트(key point)인데, 기금이나 특별회계를 만드는 등 대안을 가지고 예산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주가 되면 최종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일본 대응 관련 입법 지원에 대해 "소재·부품 전문기업 특별법은 한시법이기 때문에 일반법으로 만들 필요가 있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은 국회의 협조를 얻어 관련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산 식품에 대한 검사·검역 강화 조치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관계 부처가 필요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민간 대표로 손경식 경총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영주 무역협회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박순황 중소기업중앙회 비상근부회장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홍남기 부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승일 산자부 차관 등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 정진석 일본수출규제특위 위원장,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위의장, 민주평화당 윤영일 정책위의장,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 등이 자리했다.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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