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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고령화의 그늘…골다공증 치료제 급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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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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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여성에게서 자주 발병하는 골다공증 관련 치료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골다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데다 기존 경구용 약물 대신 간편한 주사제 개발이 이어져 신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급여 기준 등 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골다공증은 대사성 뼈 질환으로 골량과 골질 저하로 뼈 강도가 약해지고 가벼운 외상에도 쉽게 골절되는 질환이다. 이는 폐경 후 골다공증과 노인성 골다공증으로 나뉜다. 혈액을 타고 흐르는 호르몬 가운데 여성호르몬에 속하는 에스트로겐은 뼈 성장을 촉진하고 골밀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우선 폐경으로 인해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는 50~65세 여성에게서 골다공증이 많이 나타난다. 노화가 진행돼 주로 75세 이상에게서 골량과 골질이 줄어드는 경우에도 골다공증은 발생한다.

고령화와 함께 국내 골다공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골다공증 환자는 2014년 82만명에서 지난해 97만명으로 4년 새 2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환자 97만명 가운데 여성은 91만명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람 뼈는 평생 그대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오래된 뼈는 파괴되고 싱싱한 새 뼈가 생성되기를 반복한다. 따라서 골다공증 치료제도 골 파괴를 억제하는 약물과 골 형성을 촉진하는 약물로 나뉘며 질환 진행 상태에 따라 두 약물을 번갈아 쓰거나 병행해 사용한다. 일단 대다수 골다공증 환자는 기존 뼈에 구멍이 생기는 등 골 파괴가 먼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는 약물부터 사용하게 된다.

골 파괴 억제 치료제는 뼈를 파괴시키는 이른바 '파골세포'가 몸속에서 작용하지 않도록 이 파골세포 활동을 막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쓰이는 약물 성분이 바로 '비스포스포네이트(BP)'다. 이 성분으로 만든 약은 MSD의 '포사맥스'와 로슈의 '본비바', 사노피의 '악토넬' 등이다. 주로 먹는 경구제인 이 약들은 기존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을 거의 장악해왔다.

하지만 2017년 하반기부터 전혀 다른 성분(데노수맙)의 주사제가 나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바로 암젠이 개발한 '프롤리아'다. 국내 제약사 종근당이 판매하고 있는 이 주사제는 6개월에 1회만 투여하는 표적 골다공증 치료제로 출시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이 프롤리아에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 적용되면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애초 BP 성분의 경구용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2차 치료제로 프롤리아를 사용할 때에만 급여가 적용됐지만 올해 4월부터 1차 치료제로 프롤리아를 쓰더라도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프롤리아는 건보 적용이 확대된 올해 2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470% 이상 매출이 늘어 올 상반기 매출 111억원을 올렸다. 올해 말까지 매출 총 250억원 달성이 예상된다. 암젠 측은 "프롤리아가 파골세포를 특정해 해당 세포 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골밀도 증가 효과를 나타낸다"며 "3~10년간 추적 임상 연구에서도 프롤리아는 척추 골절 위험을 68%, 고관절 골절 위험을 40%가량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골 형성 촉진제로는 릴리의 '포스테오'가 대표적이다. 현재 단일 골다골증 치료제로는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이 약물은 파골세포 억제로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중증 골다공증 환자에게 뼈 형성을 직접 촉진시켜주는 약물로 투여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파골세포 억제 단계에서 치료를 많이 받기 때문에 당분간 골 형성 촉진제보다는 파골세포 억제제 시장이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을 과점해온 다국적 제약사와 달리 국내 제약사들은 골 형성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D를 결합한 복합신약 개발에 주력하며 틈새를 노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미 복합신약을 내놨고, 동국제약과 유한양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폐경 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복합신약 시판 허가를 얻었다. 보령제약, 현대약품, 삼진제약, 테라젠이텍스 등도 이 분야에 가세했다. 이로써 2014년까지 1500억원 규모를 형성했던 국내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2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골다공증 치료의 건보 급여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국내에서는 골다공증 환자가 매년 한 차례씩 골밀도 추적검사를 받아야 하며, 그 결과 골밀도 수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개선되면 치료제에 대한 건보 혜택이 중단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골밀도 수치가 잠깐 개선되더라도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급여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골대사학회 관계자는 "골다공증 치료 정도에 따라 건보 급여에 제한을 두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라며 "최근 골다공증 학술대회에서도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과제로 '골다공증 치료의 지속률 향상'을 꼽았을 정도"라고 전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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