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효
대구대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
공영형 사립대는 이 정부 들어서 공약으로 발표된 이래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하지만 첫해 예산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대학가에서는 공영형 사립대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재정당국 역시 공영형 사립대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로 2020년 예산안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공영형 사립대가 대중적으로 논의되면서 상당한 논란이 유발된 바 있다. 처음에는 공영형 사립대 정책이 한계 대학을 살려주는 정책이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다. 국내의 경우 대학 수가 다른 선진국에 견줘 많지 않아 대학의 규모가 현저히 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대학을 폐교하는 것보다 각 대학이 정원을 균형 있게 적절한 규모로 줄여서 총정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교육 여건을 개선할 수도 있기에 굳이 고려하지 못할 대안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공영형 사립대를 통해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의 범위를 넓힌다는 목표보다는 한 단계 뒤에 있다.
또 공영형 사립대 정책을 기존 사립대학들이 수용하겠는가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사립대학 역시 공교육 체계에 포함된 교육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민 세금에서 유래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될 때 공적 자금의 투명성 보장과 공적 활용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학재단 중 공적 지원에 호응하여 법인의 정관에서 공공성을 명확히 하거나, 비례적으로 공익 이사를 추가하려는 재단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세번째 문제제기로는 공영형 사립대 제도에 관심이 있는 대학이 대부분 지방에 있는 대학일 가능성이 많은데, 지방자치단체가 같이해야만 효과가 있지 않으냐는 문제제기다. 지역 대학들이 지역과 결합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여력이 부족해 시작 단계에서는 중앙정부의 의지가 더 긴요하다는 점에서 정책 초기 중앙정부의 적극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논란 끝에 2019년도의 공영형 사립대 정책은 실제 사업으로 구현되지 못했고, 지난 6일 발표된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방안 내용을 보면 “책무성, 특성화 기반의 공영형 사립(전문)대” 정책이 소개되고 있으나, 정작 추진 로드맵에는 빠져 있는 등 공영형 사립대 정책이 어찌될지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공약이자, 정책으로 채택된 공영형 사립대 정책은 포기하는 것이 맞는가? 포기해서도 안 되지만 포기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공영형 사립대 정책이 논란이 많다는 것은 아직 100% 국민적 합의가 안 됐다는 사실의 반영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언급된 현 정부 내 30곳 육성 등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솔직히 인정하자. 사립대의 재정 50%를 감당하면서 공영화하는 수치적 목표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공영형 사립대의 장기적 필요성은 여전히 높다.
우선 공영형 사립대는 이 정부가 대학 정책에서 큰 과제로 내세우는 사학의 민주화, 사학 혁신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전체 사립대 가운데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혁신적 공영형 사립대가 출현해서 발전하면 사립대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다. 두번째로 공영형 사립대는 대학 구조조정 시기에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위기 대학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폐교 대학 교직원 흡수 등에 적극적 역할을 하는 대학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세번째로 공영형 사립대는 지역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국립대의 안정성과 사립대의 유연성을 함께 가져가는 독특한 지역 기반 대학이 될 수 있다. 공영형 사립대를 현실적 모델로 구체화하는 여러 대안을 구상해 추진한다면, 고등교육 혁신을 통해 한국 사회에 대혁신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우리나라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고급 인력 양성이라는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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