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소재·부품 관련 예산 규모는 정부가 지난번 순증 1조원 이상 반영한다고 했는데 제가 기재부 장관으로서 말하면 총액으로 2조원 이상 반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3일 내년 예산안을 제출하는데, 예산 편성이 후반전 중에서도 막바지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소재·부품·장비 관련 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확실하게 확보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과거 소재·부품·장비산업 자립화 의지가 굉장히 있었는데도 번번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에는 항구적 대책의 일환, 자립화를 확실하게 해나가자는 장치의 일환으로 관련 예산의 착실하고 안정적인 확보 방안을 강구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금을 만든다거나 특별회계를 만들어 관련 예산을 담는 방안 등 여러 대안을 예산당국이 검토 중”이라며 “다음주 최종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기업 어려움 해소를 위해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가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선 “주 52시간제의 기본적인 틀을 흔드는 게 아니라 유지하되, 이번 수출 제한 조치로 소재·부품·장비 연구 개발 실증 과정에서 꼭 필요한 기업에 맞춤형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가하고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특별연장근로가 필요하다고 신청해서 인정된 기업은 현재 3곳”이라면서 “요건에 맞춰 고용노동부에 신청한 3개 기업이 있어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일본 수산물 등 식품 수입시 안전조치 강화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가 면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내년 예산안 재정 규모에 대해선 “500조원은 넘어간다”고 말했다.
이날 민·관·정 회의는 여야 정치권과 정부, 청와대, 경제계, 노동계가 참석했고, 주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예산을 충분히 반영하는 등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민관정은 일본 정부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추진 등 단호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되 다각적 채널을 통한 외교적 해결 모색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기업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단기적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고,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일본 관광과 식품 등에 대해 정부가 필요한 안전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권은 입법, 대기업은 과감한 투자, 중소기업은 적극적인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정부는 재정과 세제, 금융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없었다.
다만 산업계와 노동계 참석자들은 일본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대책 마련의 시급성에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대책과 정책의 방향성 등을 두고는 시각차를 보였다.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현장 중소기업은 이번 대책이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절호의 기회라고 한다”며 “그러나 R&D(연구개발) 인력 근로시간, 화학 관련 (규제의) 유연한 적용 없이는 곧바로 되기가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연구개발(R&D) 및 기술 부문에서 일본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유연성, 환경규제 등 기업들의 활동 여건이 최소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법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번 기회를 맞아 경영계 일부에서는 규제완화를 핑계로 근로시간 및 산업안전 관련 노동자 보호장치를 일부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기업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기본권, 생명권, 안전하게 살 권리를 훼손한다고 해서 이번 경제위기가 극복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 제2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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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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