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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대형 발전소에서 에너지를 생산·유통해왔다. 그러다 태양광 발전 모델로, 개인 사업자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투자 수단으로 소형 발전소를 짓는 개인이 늘어났다. 그 결과, 현재 국내 태양광 시장규모는 4-5조에 달한다. 하지만 에너지 관리 인프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발전 시장은 대기업에서 개인으로 넓어졌지만 관리 인프라가 따라오지 못하는 양상인 것이다.
태양광 시장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규 진입한 참가자인 개인들이 겪는 불편함이 해소돼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디(REDi)가 나섰다.
레디는 태양광 에너지 컨설팅 기업 에너닷이 추진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데이터 기술을 통해 에너지 업계에서 발생하는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에 토큰 이코노미 도입해 정보 격차 해소
태양광 컨설팅 사업을 하던 에너닷이 갑자기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가진 배경은 무엇일까? 이동영 대표(사진)는 “토큰 이코노미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보상 구조를 잘 설계하면 참여자가 신재생 에너지에 친숙해지도록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연스럽게 태양광 사업에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했다.
초기에 이 대표는 친환경적인 행동을 하면 포인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사용자가 버스나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디앱에 데이터를 기록하면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하지만 이 모델은 현재 진행중인 태양광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다. 오라클 문제도 있었다. 오라클 문제는 블록체인 바깥의 현실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할 때 발생하는 신뢰성 문제다. 자전거를 타지도 않은 사용자가 디앱에 거짓 데이터를 기록하고 보상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때 블록크래프터스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레디는 블록크래프터스의 액셀러레이팅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에너지 사업은 우리가 잘하고 있지만 블록체인 분야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블록체인 전문가로 구성된 블록크래프터스의 도움을 받으면 사업을 더 매끄럽게 추진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액셀러레이팅을 받은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블록크래프터스와 함께 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블록크래프터스의 액셀러레이팅 프로젝트 선정 기준이 엄격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블록크래프터스의 액셀러레이팅을 받기 위해 4달이나 공을 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블록크래프터스는 이 대표와 함께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했다. 특히 에너닷이 현재 하고 있는 태양광 컨설팅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에너닷은 금융 서비스와 연계해 자체 및 외부 태양광 발전소를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발전소 사업이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 시장에서는 에너지 관련 데이터가 적어 발전소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발전소의 가치를 평가하지 못하다 보니 금융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설령 발전소를 짓는다 해도 사후 관리는 험난했다.
문제는 데이터였다. 발전량 데이터가 있다면 발전소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적절한 시기에 유지보수를 할 수 있다. 블록크래프터스는 이 점에 착안해 태양광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데 토큰 이코노미를 적용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에너닷은 블록크래프터스의 액셀러레이팅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태양광 에너지 데이터 통합·관리 플랫폼을 만드는 ‘레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레디에서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제안하고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액셀러레이팅이라고 생각한다”며 “블록크래프터스에서 사업 제안을 비롯 자금조달, 사람 소개 등 많은 지원을 해준 덕분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레디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태양광 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의 발전량, 소비량 등 업계 참여자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가공해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또 신규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자금 조달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업계 참여자는 데이터를 제공한 대가로 레디토큰(REDI)을 보상으로 받는다. REDI는 레디 플랫폼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거래소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에너닷은 레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태양광 발전소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SUNDY M’을 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SUNDY M은 실시간 발전량을 비롯해 날씨와 연계한 발전량 예측, 발전소 이상 여부 탐지, 당일 전력판매 가격, 운영&관리 연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신재생 에너지로 범위를 확장한다는 목표다.
지난 5월에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파트너사로 합류했다. 이 대표는 “카카오는 수 천 만명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만큼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레디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클레이튼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레디는 클레이튼 팀의 지원을 받으며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 SUNDY M에 클레이튼 블록체인을 연계한 토큰 이코노미를 도입해 태양광 에너지 생태계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한편 레디는 NH농협은행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NH디지털 챌린지플러스’ 1기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화투자증권, 현대 리뉴어블 랩 등 다양한 기업과의 제휴·협력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끝으로, 레디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이 대표는 “레디가 없으면 사람들이 불편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주고 싶다는 얘기다. 경쟁사와 차별성이 없다면 굳이 레디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 레디가 없더라도 사람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디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사용자는 레디가 없을 때 공백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고객은 레디를 대신할 다른 기업을 찾기까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레디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다.
[김도윤 디스트리트(D.STRE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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