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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국민연금에 이어 대한민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에 대규모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시키는 것은 물론 이를 사회책임투자원칙(스튜어드십 코드) 재정립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14일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한국투자공사(KIC)가 일본 전범기업 46개 기업 주식에 투자한 금액은 5321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3799억원이던 투자액은 2017년 652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4609억원으로 줄었지만 올해 15.44% 증가했다.
KIC가 일본기업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이 4조6318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범기업에만 12%를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KIC가 투자한 전범기업은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조선인을 강제 동원했던 사실을 확인한 299개 기업 중 일부다.
유 의원은 “일본의 경제 도발 상황에서 ‘국부펀드(정부 외환보유액으로 출자한 투자 펀드)’인 KIC가 5000억원 이상을 전범기업에 투자하는 건 사회적 책임투자 원칙에 어긋나고, 국민 정서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KIC는 지난해 12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로 전범기업 투자를 막을 근거는 부족하다. 대표적인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일본 전범기업 75개에 약1조23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5년간 총투자액은 5조원을 넘었다. 게다가 75개 전범기업 투자 중 65개에선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전범기업 투자는 지속됐다. 국정감사 때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전범기업에 투자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수익률도 마이너스였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반일 감정이 고조된 이후에야 전범기업 투자 문제를 책임투자 원칙에 따라 재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일간 경제전쟁, 한·일간 갈등이 소위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 여론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범기업 투자 문제가 책임투자 원칙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에 어긋나는 것이 있는지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그는 ‘전범기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책임투자 과정에서 기업들을 검토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지금 현재 NPS(국민연금공단)는 책임투자 원칙을 새롭게 도입하고 있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투자 배제대상에 소위 ‘일본 전범기업’이 포함되는 것인지 판단을 새롭게 하고 있다”며 “전범기업 정의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한 가담을 의미하는 것인지, 과거 1·2차 세계대전 전력을 의미하는 것인지 정의를 먼저 내려야 할 것이고 국제법상으로 통용되는 전범기업에 대한 정의도 살펴보려 한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음달 위원회를 열고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및 가이드라인(그 외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등)을 논의한 후 의결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수탁자 책임 원칙) 후속조치로 책임투자 대상 자산군, 책임투자 전략, 위탁 규모 등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책임투자 원칙 및 담당 조직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회에선 국부펀드와 국민연금 등의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유승희 의원은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시급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투자공사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동지위원회가 발표한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국민을 강제동원한 기록이 있는 기업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앞서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일본 전범기업을 투자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금융투자업계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ESG 요소를 고려할 때 한국의 특수 상황을 과해석 한다면 글로벌 보편성 원칙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치적 상황은 이해하나 특정 분야의 투자 제한을 법으로 제정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회책임투자 관점에서 한국 상황을 고려해 전범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논리는 가능하나 현 상황에서 갑자기 자금을 빼버리면 신뢰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또한 이같은 제한이 일본 기업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임주희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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