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자력발전소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원전 운영사가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거주하다가 갑상선암에 걸린 주민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014년 1심 법원이 처음 원전 인근 주민의 암 발생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4년 8개월 만에 항소심 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부산고법 민사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이진섭 씨(53) 부자와 아내 박모 씨(53)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그동안 소송으로 발생한 비용도 모두 원고가 물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이 측정한 고리원전 인근 주민 피폭선량은 연간 0.00140∼0.01510mSv인데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기준치(연간 0.25∼1mSv) 이하"라며 고리 원전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넘는다는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작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피폭될 경우 그에 비례해 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는 선형무역치모델을 근거로 내세우지만, 100mSv 이하 저선량 방사선 피폭과 갑상선암 등 암 발병 여부를 명확히 입증할 만한 국내외 연구 결과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더군다나 연간 1mSv 수준의 고리 원전 인근 주민 방사선 피폭과 암 발병 여부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아무런 조사·연구 결과가 없다"며 "이와 같은 피폭선량으로 갑상선암 발병이 증가할 확률은 우리 국민의 평생 암 발생률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박 씨가 주로 거주했던 근거리 대조지역(고리원전 반경 5∼10㎞)의 여성 갑상선암 발병 상대 위험도가 주변지역(고리원전 반경 5㎞ 이내)의 상대위험도(2.5)보다 낮은 1.8인 점, 갑상선암 발병과 피폭선량 사이 정비례 관계 여부를 입증할 연구 결과가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박 씨의 암 발병과 고리 원전 피폭선량 사이 개별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측 증거와 현재까지의 국내외 관련 연구 결과만으로 피고에게 원자력손해배상법, 민법 등에 근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모두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 측은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씨 가족은 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돼 갑상선암 등에 걸렸다며 2012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직장암에 걸린 이씨와 선천성 자폐증으로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 균도 씨(27)의 손배소를 기각하고 한수원의 박 씨에 대한 배상 책임(1500만원)만 인정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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