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시민에 테이저건 쏜 경찰…"사기범으로 오인"

[머니투데이 류원혜 인턴기자] [경찰, 뒷걸음질 치는 피해 남성에 "도주하는 줄 알고"…테이저건 사용 적정성 조사 및 피해 보상 등 검토 중]

/사진=뉴스1

인천에서 범인을 추적하던 경찰관이 죄 없는 시민을 피의자로 오인해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14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35분쯤 인천시 서구 석남동 한 주택가 골목에서 서부경찰서 수사과 소속 A경사 등 3명 중 1명이 평범한 20대 남성인 B씨에게 테이저건을 쐈다.

B씨는 테이저건이 맞은 아랫배가 부어오르는 등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B씨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경찰이 쫓는 피의자가 아닌 일반 시민인 것을 확인했다.

당시 A경사 등은 중고차 매매 단지에서 사기 행각을 벌여 도주 중인 20대 남성 피의자 C씨를 쫓고 있었다. 경찰은 첩보를 입수해 잠복해 있던 중 C씨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B씨가 나타나자 곧바로 B씨에게 다가갔다.

이후 A경사 등은 B씨가 경찰관의 손을 뿌리치면서 뒷걸음질 치자, 현장을 벗어나 체포에 항거한다고 판단해 곧바로 B씨에게 테이저건을 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C씨가 여성과 함께 다닌다는 정보를 입수해 쫓던 중, B씨가 여성과 길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피의자로 오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좀 더 신중하게 대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B씨에게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피해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B씨는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있었지만 수상한 남자들이 다가오자 여자친구를 먼저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현장에서 "경찰관인줄 몰랐다. 나를 납치하려는 사람들인 줄 알고 겁을 먹어 피하려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직무집행법에 따르면 전기충격기, 수갑, 권총 등 사용 매뉴얼이 있다. 그러나 현행범 체포과정에서 대처논란이 불거진 '대림동 여경 사건' 이후 경찰은 물리력 행사 기준의 방법을 구체화했다.

범행 대상자의 행위에 따라 △협조적 통제(언어 통제, 수갑) △접촉 통제(신체 일부 잡기) △저위험 물리력(관절 꺾기, 조르기) △중위험 물리력(경찰봉, 테이저건) △고위험 물리력(권총, 방패, 급소타격)으로 세분화된 대응 기준이 마련돼 있다.

경찰은 지난 5월 이후부터 현장 경찰관을 대상으로 변경된 대응 기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변경 기준 시행일은 올 11월이다.

경찰은 현재 B씨에게 테이저건을 발사한 경찰관의 사용 과정이 적정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B씨에 대한 피해보상 등을 검토 중이다.

류원혜 인턴기자 hoopooh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