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유전.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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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석유로 번 돈을 어떻게 쓸까.
아람코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올 상반기(1~6월)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 469억 달러(약 57조2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어떤 기업이 기록한 순이익보다도 크다.
아람코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지만, 세계 각국으로의 확장을 추구하고 있는 아람코의 영향력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람코는 인도 석유화학기업 릴라이언스의 주식을 20% 사들여 인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회장. 아람코는 13일 인도 석유화학기업 릴라이언스의 주식을 20%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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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이언스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12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회사 연례 총회에서 “아람코와 릴라이언스는 석유화학 분야에서의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맺었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원유 공급업체와 인도의 정유·석유화학 공장이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에서의 투자처럼, 아람코는 기존 사업인 원유 탐사·생산 외에도 석유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고부가가치 사업을 찾아 한국으로도 밟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당시 아람코는 국내 정유 회사들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돌아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가 6월 26일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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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람코가 대주주로 있는 에쓰오일은 연간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 1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에 7조원을 투자한다. 여기에 아람코는 자신들이 개발한 신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분의 17%를 아람코가 갖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아람코에 휘발유(일 1만 배럴)·경유(일 1만 배럴)·항공유(일 4만 배럴)를 2020년부터 20년 동안 수출하는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계약 기간 아람코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정유 제품을 사들이는 데 투입할 돈은 4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람코는 또 GS·효성 등 여러 한국 기업들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앞으로의 투자를 약속했다. GS그룹 관계자는 “정유·석유화학을 비롯해 에너지 사업뿐만 아니라 건설·무역 등 GS가 벌이고 있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협력한다는 내용의 협약이었다”고 설명했다. 효성 관계자는 “탄소섬유 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으나 어떤 사업에 얼마를 투자하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람코가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가운데 2곳(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을 아람코가 보유하고 있고, GS칼텍스는 지분의 50%를 미국 정유사 셰브런이 차지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형 외국 자본이 국내 정유 기업들의 제품 가격 조정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가격의 통제가 필요하게 될 수 있다”며 “외국 자본의 투자나 외국으로의 수출을 통해 국내 기업이 흑자를 내더라도, 자본 시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돈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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