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복절의 의미는 더욱더 무겁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일본 아베 정권의 부당한 수출규제와 잘못된 역사의식으로 인해 촉발된 국내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이제 일회성 소비자 행동이 아닌 하나의 시민운동으로 승격 화 되고 있어 일부에서는 현 상황을 ‘신삼일운동’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게임업계도 이 ‘신 삼일운동’의 여파에 자유롭지 못한 영역입니다. 게임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1950년대 미국에서 출발한 비디오게임이 1970년대 일본을 거쳐 국내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일본 콘텐츠가 녹아든 채 발전해 온 것이 한국의 게임업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업계도 이번 기회에 일본산 게임 IP와 그 주변 파생산업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야기합니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소비를 제한하고 우리만의 스타일로 만들어진 게임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라고 말이죠. 사실 이런 의견들에 공감하면서도 과연 우리나라만의 고유 스타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있는지 되짚어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자라며 체험하고 즐겼던 콘텐츠 중에 일본 문화 콘텐츠가 너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즐길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았던 시기에 파고든 일본 문화콘텐츠 위에 한국 스타일이 가미되어 성장해 온 것이 현재의 한국 콘텐츠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일본의 게임업체인 KOEI사의 ‘대항해시대온라인’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17세기 당시의 배경을 바탕으로 글로벌무역과 국가 간의 이슈를 담은 게임입니다. '대항해시대' 최신 업데이트인 '엘 오리엔테'(El Oriente)의 도입 부분 화면에 동해를 프랑스어로 한국해(MER DE COREE)로 표기한 유럽의 고지도를 사용해 일본 극우세력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며 결국 표기는 삭제되었습니다. 이렇게 명확한 역사적 왜곡에 대해서는 강력한 항의와 함께 불매운동을 펼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에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를 사용한 영국의 War Gaming사의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쉽’에 대한 한국 사용자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워게이밍사는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이후 공개된 홍보 비디오와 인게임 상에는 욱일승천기 대신 일장기로 변경했습니다.
지금의 ‘신 삼일운동’으로 퍼지고 있는 일본산 불매운동은 단지 일본산이기에 불매를 한다기보다는 보다 명확한 역사적인 사실이나 맥락을 근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매운동으로 누군가는 삶과 터전을 상실할 수도 있고, 지나치면 또 하나의 폭력으로 변질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 간의 장벽이 없어지고 있는 자유국가 개념의 현세대에서는 더욱더 명확하고 근본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 즉, ‘신 삼일운동’이 목표를 최근의 사태들을 통해 일본 시민들이 아베신조 정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하고 그로 인하여 일본 사회의 변화된 움직임을 일게 하는 것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국내 콘텐츠 업계 속에서 차지하는 일본산 IP 등은 너무나 우리 삶 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즐겨왔던 애니메이션, 카툰, 게임 등의 원천 콘텐츠가 너무나 탄탄하게 잘 짜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프로덕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탄탄하고 세밀하게 구축되어온 생태계 속에서 장점화 무기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녹아들어 한국산 K-pop으로 발전되고 K-wave라는 흐름을 만들어 내어 결국 K-contents라는 분야를 만들어 낸 매우 중요한 씨앗이 되었습니다. 한국 게임들의 발전을 생각해보면 일본산 게임들을 접하며 자란 게임 키즈가 지금의 업계 중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산 게임과 콘텐츠를 단순히 태생으로 분류하는 무조건적 불매보다는 보다 발전시켜나가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물론 콘텐츠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기업의 대응 태도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왜곡 사실이 있다면 더욱 냉철한 판단과 대응이 요구되겠지만 말입니다.
한 가지 더 덧붙여보자면,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좀 소극적이라고 해서 급하게 다그치고 매도하기보다는 놓여 있는 상황과 그 과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 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과정의 중요성, 결과의 소중함을 바탕으로 성숙한 소비자 행동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할 때입니다.
- 그램퍼스 대표 김지인-
※ 그램퍼스 : 2014년에 설립되어 글로벌 캐주얼게임 '빙고어드벤처', '쿠킹어드벤처'을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기업이다.
[이투데이/박소영 기자(stac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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