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한옥마을 소양고택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철거를 앞둔 전통한옥을 이건한 특별한 풍경
모든 것은 지나가고 사라진다. 좋은 일도 지나가고 나쁜 일에도 최후의 순간이 있다. 집, 특히 한옥은 한국의 근대화, 새마을운동 등 사회 변화의 바람 속에서 변형되거나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한옥들도 적지 않았다. 철거를 앞둔 한옥을 그 가족, 친지, 문화를 사랑하는 부자, 또는 지방 정부가 고귀하게 소생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소양고택과 아원고택 또한 그러한 과정을 거쳐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산자락에 자리잡은 전통 깊은 한옥들이다. 소양고택은 호남 지역에 있던 전통 한옥들을 이축해 조성한 곳으로, 고택 전체가 숙소와 카페, 문화 공간으로 개방되어 있다. 소양고택의 주인공인 안채는 전남 무안군 원호리에서 이축한 100년 넘은 ‘일(一)’자 형태의 6칸 한옥으로 조선시대 무안의 마지막 원님이 살던 관사였다. 일제 강점기 때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공부방으로도 활용되었고, 주인이 민간인으로 바뀐 후 대를 이어 살아왔다고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람이 사는 한옥이었으니 그 보존 상태가 얼마나 알뜰했을지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소박한 느낌의 사각 기둥, 단정한 지붕선, 오랜 시간의 흐름과 그 안에 소복소복 쌓인 이야기들을 느낄 수 있는 한옥문과 대청마루가 ‘한 일(一)’자 형태로 매끈하게 펼쳐진 모습에서 단아함을 느끼게 된다. 안채에는 안방과 건넌방 그리고 대청마루가 있고 화장실과 욕조, 이불장과 침구를 설치, 숙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한옥인 만큼 소소한 오브제와 침구들도 한옥의 느낌과 일치하고 있다.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는 2칸 규모의 넓은 대청마루가 있는데, 앞으로는 앞산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8개의 들창이 달려있고, 뒷벽에는 판문(당판문)을 달아 뒷정원을 내다볼 수 있게 했다. 대청마루를 사이로 안방과 건넌방이 있는 구조는 한옥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평화롭고 안온한 모습이다.
‘건넌방’은 ‘안방–대청마루–건넌방’이라는 한옥 특유의 구조에서만 존재하는 방을 일컫는다. 일자형 한옥인 소양고택의 안채는 백 년도 넘은 전통 한옥이라는 특징도 있지만, 일자형 한옥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건넌방’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안채 내부에는 주인장의 오랜 손길이 묻어있는 고가구들과 자수공예가 아름다운 침구류들을 갖추고 있어서 한옥 특유의 분위기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소양고택 안채는 방 두 개, 욕실 두 개가 있고, 최대 6인까지 입실 가능하다. 안채 이용료가 1박에 50만 원~60만 원이고, 숙박비에 마을에서 지은 농산물로 해 주는 정갈한 조식이 포함된다. 6명이 간다면 한 사람 당 10만 원 꼴의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소쇄문 안 마당 왼쪽에 위치한 ‘사랑채’는 전북 고창군 아산면 대동리에서 이축한 백 년 넘은 전통 한옥이다. 고창 갑부의 자택이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왔다. 나이테가 100개가 넘는 우람한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고 팔작지붕과 맞배지붕이 조화를 이룬다. 사랑채에는 객실이 두 곳 있다. 크기와 시설, 시즌에 따라 26만 원에서 40만 원이다. 또한 소양고택에는 ‘별채’, ‘후연당’, ‘가희당’ 등 독채로 사용할 수 있는 숙박 시설들도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Info
-별채(독채) 2~3인 24만 원~28만 원
-가희당(독채) 2인(유아 2인 추가 가능) 27만5000원~36만3000원
-후연당(객실) Room 1: 2~4인실 19만8000원~24만2000원 / Room 2: 2~3인실 22만 원~26만4000원 / Room 3: 2~4인실 19만8000원~24만2000원
▶풍광 하나로 여행자를 압도하는 곳 ‘두베카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양고택의 또 하나의 명물은 ‘두베카페’이다. 이미 완주, 삼례, 전주 일대에서 유명해진 ‘풍광 카페’다. 어디에 앉든, 어디를 향하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어디든 포토존이 되는 곳이다. 뒤로는 푸른 산, 앞으로는 고급스러운 전통 한옥과 정원이 보이는 이곳은 완주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는데, 특히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돌다리는 뒷쪽 소양고택의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다. 천장은 높고 자리들도 넉넉해서 풍요를 느낄 수 있다. 커피 원두는 감미로운 향의 콜롬비아, 고소한 풍미가 인상적인 과테말라,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등을 사용한다. 특이한 메뉴로는 ‘직접 담가 만든 천연발효 오디스무디’, 현미, 검정콩, 율무 등 8가지 우리 곡물을 시골 방앗간에서 빻아 만든 생소하고 기발한 ‘미숫가루 아이스’ 등이 있다. 말차 쇼콜라 퍼지 케이크, 소양 비엔나커피, 아몬드 스윗 시그니쳐 라떼 등도 인기 메뉴.
▶플리커책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역시 소양고택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이다. 소양고택이 있는 소양면 대흥리는 전주 시내를 기준으로 보면 산골이요 변두리이다. 이곳에 북카페가 들어설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플리커책방은 소양고택, 두베카페와 함께 ‘시내에 사는 사람들’을 위봉산 자락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문화 콘텐츠다. 북카페이니 만큼 책과 커피를 팔고, 굿즈 상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인류학자인 앤드류 랭의 잠언, ‘집은 책으로 가득 채우고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우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눈이 띈다. 책과 서가가 중심인 이곳에는 원피스, 에코백, 빈티지가방, 컵, 기프트 등이 고풍스러운 고가구와 어우러져 있다. ‘사람이 그리운 날에 시를 읽는다’, ‘당신의 마음에 햇살이 일렁이기를’, ‘커피를 내리는 것은 마음을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나의 고백이 되어주던 당신의 문장들’ 등 주제가 연상되는 서가를 둘러보는 데만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꽤 집중이 잘 되는 공간이다.
플리커책방이 산 아래 도시 사람들을 불러들이게 된 힘은 잘 골라놓은 책과 상품들은 물론, 독자와 함께 하는 시간을 자주 갖기 때문이다. ‘오픈 플리마켓’, ‘심야책방’, ‘북토크’ 등이 그것. 특히 북토크는 작가를 초청해서 독자와 함께 하는 행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어색하지 않게 사랑을 말하는 방법』의 소은성 작가, 『엄마도 꿈꿀 권리가 있다』의 임지수 작가, 『연남천 풀다발』의 전소영 작가, 『너이기도 했다가 너일 때도 있었다』의 박상범 작가 등이 이곳에서 독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원고택
경상남도 진주에 있던 250년 고택을 이축한 한옥이다. 오늘날의 오송한옥마을의 시조급 고택이라 할 수 있다. 아원고택이 이 소백산맥 끝자락에 들어서게 된 것은 전주에서 활동하던 한 건축가에 의해서였다. 오성저수지와 낡은 농가 몇 채 말고는 딱히 볼 것도 없던 이 골짜기에 선 그는 ‘한옥’이 이 언덕에 들어섰을 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건축물만 놓고 볼 땐 결코 아름다운 풍경이라 할 것이 없는 곳이지만, 이곳에 제대로 된 한옥들이 들어선다면, 그것은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었고, 곧 그는 고택을 마련할 땅을 사 들였다. 한옥 건축은 신축보다는 이축을 선택했다. 전통이 살아있는 조선의 한옥을 구해 이곳에 이축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마침 진주 지역에 250년된 한옥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그 집을 사들여 이축 준비에 들어갔다.
직업이 건축가이지만, 전통 건축에는 누구도 모를 숱한 비밀이 담겨있을 터, 그는 전통 건축의 장인을 모셔 이축 작업에 들어갔다. 안채와 사랑채를 옮겨 이축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정비하는데 6년이라는 세월을 쏟아 부었다. 아름다운 아원고택은 금세 소문이 났고, 곧 드라마나 광고 촬영 배경 공간으로 대중의 귀에도 존재감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소문은 멀리 나갔다 다시 이 마을로 되돌아 왔는데, 완주군청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오성한옥마을’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곳에 한옥을 짓거나 이축하면 군청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한옥마을’, 그것도 전통 한옥을 보고, 체험하고, 숙박도 할 수 있는 마을로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로 오성마을에는 곳곳에 한옥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이제는 ‘오성한옥마을’이란 어엿한 여행지가 되어 전라도 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고즈넉한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원고택에서는 숙박도 물론 가능하다. 숙박이 가능한 한옥은 모두 네 동. 천지인(만휴당)은, 대청마루에 앉아 있노라면 종남산이 그려주는 풍경이 저절로 마음에 새겨지는 곳이다. 객실은 모두 세 곳이 있으며 규모와 시즌에 따라 20만 원에서 36만 원이다. 진주에서 이축한 ‘연하당’은 방 두 개, 욕실 하나, 누각 마루 하나로 구성된 전통 한옥으로 2인 기준, 최대 5인까지 묵을 수 있다. 조식 포함 37만 원에서 43만 원. 안채 격인 설화당 역시 진주에서 이축한 250년 전통의 한옥이다. 가격은 33만원에서 39만 원이다. ‘천목다실’은 모던하게 건축한 별채 객실이다. 모두 두 개의 객실이 있는데, 시즌에 따라 42만 원에서 57만 원을 오간다. 천목다실은 전관 임대도 가능하며 가격은 85만 원에서 100만 원이다.
오성한옥마을 주변에는 위봉산성군립공원, 위봉사, 송광사 등 문화 시설과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삼례문화예술촌이 있다. 오성한옥마을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루트에는 이미 유명 여행지가 되어있는 삼례문화예술촌은 물론, 그동안 지역 주민들의 근린공원 역할을 했던 크고 작은 공원, 문화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이제 전라북도 완주군은 색다른 여행지로서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성한옥마을 주변 여행지
위봉산성군립공원·위봉폭포·위봉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주 지역은 조선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등 당시로서는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하던 도시였다. 위봉산성은 조선 숙종 원년 1675년에 쌓은 것으로 총 둘레가 16km에 달하는 대규모 산성이다. 유사시에 전주 경기전과 태조의 초상화, 태조의 조상을 상징하는 나무패를 피난시키려고 성을 쌓았는데, 실제로 동학농민혁명 당시 초상화와 나무패를 성안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산성 안에는 위봉사와 위봉폭포가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완산 8경 중 한 곳인 위봉폭포는 소양면 대흥리 위봉산 허리깨에 있는데, 높이 60m의 2단폭포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비구니 도량인 위봉사도 꼭 한번 들려볼 만한 무명 사찰이다. 비록 널리 이름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번 가 본 사람은 단정하고 우아하며, 사찰에 당도했을 때의 그 시원하고 편안한 느낌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백제 무왕 5년인 604년에 ‘서암대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31대 본산의 하나로 50개가 넘는 말사를 거느릴 만큼 큰 절이었으나, 일제 패망 이후 급속히 쇠락하여 조계종에서는 제17교구 본사인 김제시 금산사의 말사로 편성되어 있다. 팔작지붕으로 유명한 보광명전 지붕의 용마루와 위봉산의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 자락의 조화가 절묘하다. 자연과 하나의 선을 이룬 당대 건축가의 심미안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글 이영근(여행작가) 사진 안동수(다큐PD), 아원고택 참고 소양고택과 카페두베]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92호 (19.08.20)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