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 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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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많이 와줘서 감사하다. 끝까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승리."(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74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근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 조치로 아베 신조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의미까지 더해져 한 목소리를 냈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정오 제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모인 2만 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은 36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돼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이기도 한 이날 집회는 시작 1시간 전부터 찾은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했다. 이들은 손에 '우리가 증인이다', '끝까지 함께 싸웁시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생존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도 더운 날씨에 자리를 지켰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할머니들의 외침을 이어받아 오늘 세계 12개국 57개 도시에서 함께 외친다"며 "'일본 정부는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외침이 오늘 세계를 울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위는 서울뿐만 아니라 안양·수원·원주 등 국내 13개 도시, 호주·영국·필리핀·일본 등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진행됐다. 시민들은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라", "일본 정부는 법적으로 배상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 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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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들은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나마 아쉬움을 달랬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청소년 동아리 등의 문화공연도 이어졌다.
이날 북측의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가 전해온 연대사도 소개됐다. 북측 위원회는 연대사에서 "일본은 패망한 지 74년이 되는 오늘까지도 성노예 범죄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온 겨레가 투쟁해 일본이 행한 과거에 대해 대가를 1000배로 받아내자"고 말했다.
정치권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비롯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시위에 참석했다.
심 대표는 "최근 영화 김복동을 보며 진정한 사과 한 말씀 올리지 못한 죄책감에 흐느껴 울었다"며 "일본의 법적 배상을 반드시 마무리 지어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한일 관계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춘천에서 올라왔다는 고등학생 2학년 서가은양(17)은 "일본이 하루빨리 할머니들에게 사과를 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학생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불매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한모씨(23)도 "일본이 반성하는 태도가 안 보이는 시점에 1400차를 맞아 나오게 됐다"며 "모든 사람이 아는 진실에 대해 일본은 하루 속히 인정하는 것이 더큰 잘못을 안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에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교과서에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을 촉구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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