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새터민 모자가 서울에서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태영호(사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전 공사는 “북한 정권이 모자 사망 사건을 북 내부 선전에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살던 새터민 한모(42)씨와 그의 아들 김모(6)군이 지난달 3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지난 13일 알려졌다.
이날 태 전 공사는 한씨 모자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탈북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태 전 공사는 “북한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사람이 굶어 죽을 수도 있다니. 그것도 배가 고파 굶주림을 피해 목숨 걸고 북한을 떠나 이 나라를 찾아온 탈북민이 대한민국에서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나로서도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충격적인 비극을 접하며 나는 북한 정권에 대한 강한 분노를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최소한이라도 보장해 줬다면 수만명의 탈북민이 그리운 형제들과 친척들, 친우들이 있는 정든 고향을 떠나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탈북민 모자 아사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북한 당국과 김씨 일가에 있다”고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탈북민 모자의 아사 소식으로 국내외 탈북민 사회는 깊은 슬픔과 울분에 잠겨 있지만 북한 김정은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 정권은 이 사건을 탈북민과 남한 사회에 대한 비난, 탈북방지를 위한 내부 선전에 이용하고, 한국 사회와 탈북민들 간의 증오와 갈등이 증폭되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조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우리 탈북민들은 정부의 책임이나 남한 사회의 무관심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같은 탈북민으로서 곁에서 그의 어려운 처지를 미리 알고 어루만져 줄 수는 없었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급하게 정부나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나서서 탈북민 정착실태의 미흡한 점을 재점검하는 계기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자”고 말했다.
김용준 온라인 뉴스 기자 james1090@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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