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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가 그려낸 제주 해녀의 삶…'해녀들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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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제주 해녀의 고단한 삶을 조명한 예술작품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 작가가 해녀와 제주도 현대사를 소재로 쓴 소설은 흔치 않다.

미국 소설가 리사 시가 쓴 신간 장편소설 '해녀들의 섬'(북레시피 펴냄)은 그래서 이목을 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출간됐을 때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매체 집계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소설 '상하이 걸스'로 이름을 알린 리사 시는 지난 2016년 5월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원희룡 지사를 만나 이 소설 집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미 제주 해녀와 역사에 대해 5년 넘는 자료 조사를 마친 뒤였다. 해녀와 해녀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고 제주 전통 굿과 전통문화 이수자들도 접촉했으며, 4·3 사건에 관한 공식문서도 조사했다.

연합뉴스

해녀들의 섬



소설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부터 최근인 2008년까지 제주 해녀와 주변인들이 겪은 삶의 질곡을 다룬다.

일제 강점기에 이어 해방을 맞고 좌우 이념 대립에 의한 4·3 사건과 6·25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독재와 산업화, 민주화 과정을 거치는 제주도의 파란만장한 근현대사가 해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좁혀보면 영숙과 미자, 두 해녀 이야기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사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으로 확장한다. 해녀 대장인 어머니의 자리를 물려받게 되는 영숙과 친일 협력자의 딸이라는 낙인을 안고 사는 미자. 이들이 15세 소녀 때 해녀 공동체에 함께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엄청난 역사의 굴곡 속에서도 둘의 우정은 깊어진다. 참담한 비극과 슬픈 사연들이 끝없이 이어지지만, 이들에게 삶과 일상과 노동은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숭고한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이들은 오직 일터인 바닷속에서, 해녀 쉼터인 '불턱'에서 위안을 받는다.

이념의 허위와 교조주의의 폭력 속에서도 고통을 이겨내는 해녀들의 삶은 경외감을 갖게 한다. 이들의 '숨비소리'는 단지 오랫동안 숨을 참았다가 내쉬는 육체의 호흡에 그치지 않는다. 역경이 끝없이 이어져도 '참고 살아내겠다'는, 고통을 억누르는 '한숨'이다.

뉴욕타임스는 서평에서 "생생하고 사려 깊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필독서"라고 했고, AP통신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다"면서 "레이먼드 챈들러의 범죄소설에 버금가는 반전 구성으로 독자를 매혹한다"고 평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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