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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난민 포용 아닌 배척…우리도 울었다” 민혁 친구들 차마 못 썼던 입장문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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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인 아버지 난민 불인정, 생각조차 싫었던 중학 친구들

‘10년의 꿈’ 축하 대신 호소문

“끝까지 감싸는 빛의 길 갈 것”

경향신문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군(왼쪽에서 두번째)과 김군의 난민 지위 인정을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친구들이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별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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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출신 난민 인정자 김민혁군(16)의 친구들은 지난 8일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준비해 간 입장문을 그대로 가지고 돌아왔다. 김군 아버지 ㄱ씨가 이날 난민지위 불인정 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난민 인정을 기대하고 작성한 입장문 ‘10년의 꿈이 이루어지다’는 끝내 공개할 수 없었다. 입장문에 담긴 “난민 인정을 축하드린다” “(김군이) 10년 만에 기댈 곳을 찾았다”는 말도 전할 수 없었다.

ㄱ씨가 난민 재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중학교 졸업 뒤 다른 학교로 흩어진 학생들이 다시 모였다. 나흘 동안 직접 입장문을 써 이름을 올렸다. 초등학생 때부터 김군과 알고 지낸 박지민군(16)은 “재심사 날 서로 많이 슬퍼했다”며 “부당한 판정에 입장문으로 우리 목소리를 알려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주중 졸업생 입장문’엔 3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인도주의를 짓밟고 공정성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법률까지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부정의한 판정”이라며 “포용과 존중을 배우려 했던 우리에게 배척과 편견의 독한 대답으로 던져진 판정”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ㄱ씨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리라 기대했다. 이들은 “지난 8일 난민 인정과 불인정, 두 상황에 대한 입장문을 준비해야 했지만, 차마 난민 불인정에 대한 입장문은 쓸 수 없었다”며 “(김군 아버지가) 난민 인정을 받았을 때 내려 했던 입장문 대신 우리는 정말 꿈에서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입장문을 지금 쓴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입장문에서 같은 사유로 난민을 신청했는데 김군만 난민으로 인정되고, ㄱ씨는 인정하지 않은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성년자인 아들보다 어른인 아버지가 박해의 위험도가 더 높고, 아들이 난민 인정을 받은 작년보다 1년 후인 지금의 아버지 상황이 더 주목받는 상황인 건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이라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불과 1년 만에 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판정을 내렸다”고 했다.

지난 8일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ㄱ씨의 난민 재심사에서 불인정 결정을 내린 뒤, 미성년자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사정을 참작해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인도적 체류자는 1년마다 체류자격 심사를 거쳐야 한다. 생계비와 의료비 같은 사회보장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학생들은 정부가 인도주의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나와 민혁이와 아버님을 보내고 선생님과 헤어질 때까지 우리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만, 다시 싸우자고 격려했지만, 농담도 하며 웃어보기도 했지만, 우리는 돌아오며 집에 가서, 학원 가다가 울었다”며 “우리는 힘이 많이 부족하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하며, 누가 됐든 우리의 슬픔 곁에 서 함께하고 어둠 속에 버려진 이들을 감싸는 빛의 길을 걷자”고 했다.

ㄱ씨는 2010년 당시 7살이던 아들 김군과 함께 사업차 한국에 들어온 뒤 2015년 천주교로 개종했다. 이후 종교적 박해 등의 사유로 난민 지위 인정 신청을 했으나 2016년 난민 불인정 처분을 받았다. 아들 김군은 지난해 10월 학교 친구들의 도움 등에 힘입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ㄱ씨는 법무부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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