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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남산에 위안부 기림비 기증한 김한일 대표 “할머니들과 손잡아 보세요…‘아베의 도발’ 피해국 힘 합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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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 위안부 기림비 기증 ‘김진덕·정경식재단’ 김한일 대표

샌프란시스코 동상과 비슷…이용수 할머니 만남을 계기로 추진

김학순 할머니도 실물크기로…피해 13개국 전체에 건립이 목표

경향신문

지난 11일 경향신문과 만난 김한일 대표는 “피해국들이 뭉쳐 행동하면 일본의 진실한 사과를 반드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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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새벽 4시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용수 할머니를 뵙고 왔어요. 할머니께서 자신이 끌려갔던 대만에도 기림비를 세워줄 수 있냐고 하셔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진덕·정경식재단 김한일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일제강점기 서울 남산에 있던 신사인 조선신궁 터 부근에 위안부 피해자 동상(위안부 기림비)이 세워진다. 기림비는 김진덕·정경식재단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기증했다.

기림비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아는 ‘평화의 소녀상’과는 많이 다르다. 한국·중국·필리핀의 세 소녀가 등을 돌린 채 손을 잡고 있고, 이를 고 김학순 할머니가 바라보는 모습이 실물 크기로 표현됐다. 2017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세워진 위안부 피해자 동상과 유사한 구도다. 두 동상 모두 영국계 미국인 조각가 스티븐 화이트가 만들었다. 김 대표는 “서울 기림비는 샌프란시스코 기림비의 ‘자매 기림비’로 볼 수 있다”며 “세 소녀가 모두 손을 맞잡은 샌프란시스코 기림비와 달리 서울 기림비는 일반 시민도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빈자리를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재단을 통해 주로 ‘동해·독도 알리기’ 활동을 하던 김 대표가 기림비 설립에 뛰어든 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의 만남이 결정적이었다. “이용수 할머니께서 2015년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청문회에 증언하러 오셨을 때 한인회 부탁으로 식사 대접을 했어요. 그땐 위안부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2016년 다시 할머니와 만나게 됐죠. 당시 중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위안부 기림비 건립에 한국계도 참여하면 어떠냐고 하셨어요. 그 한마디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당시는 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가 기림비 건립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 11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모금을 진행 중이던 위안부정의연대(CWJC) 공동의장인 중국계 판사 2명을 만나 제작비 40만달러 중 10만달러 분담을 약속했다. 김 대표는 열흘 만에 목표치를 넘긴 14만5000달러를 모았다. 그는 “북가주 동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10불, 30불, 50불씩 귀한 돈을 내줬다”고 했다. 당초 네덜란드·중국·필리핀 소녀로 구상됐던 기림비는 “1991년 맨 처음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김학순 할머니가 꼭 들어가야 한다”는 김 대표 설득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확정됐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이기도 했던 김 대표의 부친(김진덕)은 1976년 미국으로 건너와 미주 호남향우회 초대·2대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김 대표는 “1980년대 초반 미국 망명생활을 하던 김 전 대통령은 서부를 방문할 때면 늘 저희 집을 찾았다”며 “한번은 ‘ 부친을 존경한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재단은 김 대표 부친과 모친 이름을 차례로 따온 것으로 2012년 10월 설립됐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함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 동포는 스티븐 화이트의 작업실에 저고리를 들고 찾아가 옷고름 모양과 한복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며 “함께하면 하지 못하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 아베 총리가 갈등을 유발하고 있지만 전 세계 피해 국가들이 뭉쳐 행동한다면 피해자들이 원하는 진실한 사과는 반드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건립에 나섰던 재미동포와 중국·필리핀 등 13개국 커뮤니티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과 일제 잔악상을 기록한 자료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청원운동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서울 위안부 기림비를 시작으로 피해를 입은 13개 국가 전체에 위안부 기림비를 세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모금을 하면서 ‘위안부 기림비에 왜 중국이나 필리핀이 관여가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같은 아픔을 겪은 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결국 여성 인권, 더 나아가 모두의 인권과 관련된 문제이니까요.”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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