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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3640일 만에 히말라야의 넋으로 귀환 임무 완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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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히운출리 ‘실종’ 직지원정대원

박종성·민중영씨 주검 17일 귀국 예정

12일 네팔 선발대 ‘박씨 배낭커버’ 확인

충북산악인들 ‘두 대원 기념사업’ 추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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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신’이 된 충북 산악인 직지원정대 민준영·박종성 대원이 돌아온다.

직지원정대는 2009년 9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6441m) 북서벽 등산로 개척에 나섰던 민준영(36)·박종성(41) 대원이 17일 새벽 귀환한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2009년 8월 27일 ‘직지 루트 개척’ 사명을 띠고 출국했으니, 10일 모자란 꼭 10년 만이다.

두 대원은 청주가 본향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세계에 알리고자 배낭을 메고 걸어서 출국했지만 3540일 만에 배낭 속 주검으로 돌아온다. 두 대원은 2008년 6월 파키스탄령 히말라야의 한 봉우리(6235m)를 처음으로 올라 ‘직지봉’이라는 이름을 공인받는 등 직지원정대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2009년 9월 25일 히운출리 등반에 나섰다가 눈사태 등으로 실종됐다.

그때 원정대를 이끌었던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과 두 대원의 형 등은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네팔 현지로 출국했다. 앞서 직지원정대는 지난달 20일께 현지 양치기 주민이 두 대원의 주검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선발대를 현지에 보냈다.

박 전 대장은 “민 등반대장의 주황색, 박 대원의 파란색 등산복과 이들의 주머니에서 평소 등산하면서 먹었던 과자류 등 행동식, 유품 등을 확인했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7일 새벽께 귀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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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현지 선발대는 박 대원의 것으로 보이는 붉은 색 배낭 레인커버(비보호막)를 확인했다고 전해왔다. 이 커버에는 영어로 ‘2009 직지 히운출리 원정대. 나는 북서벽에 오르고 싶다’, 한글로 ‘철인 28호 깡통로봇’이라고 씌여 있다. 김동화 전 직지원정대원은 “함께 등반할 때 박 대원이 쓴 배낭 커버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두 대원이 귀환하는 데는 몇몇 절차가 남아 있다. 먼저 정확한 신원 확인을 해야 한다. 수습한 주검과 유족 등의 디엔에이 분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참이다. 직지원정대는 신원을 확인하는대로 현지에서 간단하게 제를 올리고 화장을 한 뒤 유골함에 담아 귀국할 계획이다. 네팔 정부에 공식 신고를 하는 등 절차도 남아 있다. 박 전 대장은 “준영이가 좋아했던 소주, 종성이가 즐겼던 맥주를 준비했다. 간단한 제를 올린 뒤 두 대원의 혼백이나마 가족의 품에 건넬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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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산악인 등은 지난해 11월 청주고인쇄박물관 옆 산자락에 세운 두 대원의 추모 조형물 앞에서 간단한 노제를 지낼 예정이다. 직지원정대 주도로 두 대원을 추모하는 기념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박 전 대장은 “두 대원은 베이스캠프로 귀환하라는 마지막 임무를 기필코 수행했다. 산악인을 중심으로 두 대원을 추모하고, 도전 정신을 이어받는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두 대원이 산악인뿐 아니라 시민과 함께 하는 일을 기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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