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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아들은 난민, 아버지는 아니라니요” 김민혁군 친구들 간절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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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부친 난민 불인정에 조목조목 반박
“10년 기다린 꿈이 허망하게 부서졌다”
“국민 아니면 아무렇게나 짓밟아도 되나”
서울신문

아버지의 난민불인정통지서 든 김민혁군 -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이란 출신 김민혁군이 난민 재심사에서 불인정을 받은 아버지 A씨의 통지서를 취재진에 들어 보이고 있다.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이날 열린 난민 재심사 결과에서 A씨에게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2019.8.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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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란 출신 김민혁(16)군의 난민 지위 인정을 위해 나섰던 10대 청소년들이 다시금 실명 호소문을 발표했다. 김군 아버지 A(53)씨가 난민 심사를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김군의 중학교 때 친구들인 이들은 법무부 결정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다시 공정한 판단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 8일 김군 아버지 A씨의 난민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김군이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일시적인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1년마다 체류 자격을 심사받아야 하고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박지민(잠일고 1학년)군 등 김군과 함께 아주중학교를 졸업한 학생 30명은 12일 실명을 적은 호소문을 발표했다.
서울신문

‘속상한 마음’ -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이란 출신 김민혁군이 난민 재심사에서 불인정 통지를 받은 아버지와 함께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19.8.8 연합뉴스


이들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의 결정에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아직은 아빠와 떨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민혁이, 불치병 선고를 받은 시한부 환자처럼 얼굴이 어두워지는 민혁이 아버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계시다 휘청이는 선생님을 보며 돌아서야 했던 우리가 가슴에 품었던 입장문”이라고 밝혔다.

김군의 친구들은 지난해 5월부터 김군 부자의 난민 지위 인정을 위해 1인 시위를 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는 등 꾸준히 활동했다.

이들은 “1년 남짓의 시간, 여유를 낼 수 없던 시간과 싸우고 때로는 부모님의 걱정과 싸우고, 우리의 나약함, 이기심과싸우며 걸어왔다”며 “민혁이와 아버지가 10년을 기다려온 꿈이 물거품처럼 허망하게 부서진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김군 친구들은 출입국당국의 심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가톨릭 개종자로 이란에서 배교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동일한 사유로 난민 신청을 한 아들과 아버지에게 아들은 박해 위험이 있고 아버지는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며 “미성년자인 아들보다 어른인 아버지가 박해 위험이 더 크고 아들이 난민 인정을 받은 지난해보다 지금이 더 (여론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나온 정반대의 판정”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민혁군 -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이란 출신 김민혁군이 난민 재심사를 받은 아버지 A씨와 함께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이날 열린 난민 재심사 결과에서 A씨에게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2019.8.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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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우리 국민이 아니면 아무렇게나 짓밟아도 되는 것인지, 이 불공정을 진정 그대로 두실 것인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김군 아버지의 난민 불인정 판정을 받은 뒤 이들은 “다시 싸우자고 격려하고 웃어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며 울었다. 집에 가서, 학원에 가다가 울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힘이 많이 부족하지만 끝까지 싸우겠다. 그러니 누가 됐든 우리 슬픔 곁에 함께 해 달라고, 어둠 속에 버려진 이들을 감싸는 빛의 길을 걷자고 다짐하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A씨는 법무부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하기로 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 이탁건 변호사는 “이의신청을 통해 이번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지 타진해 보고 불가능하다면 행정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사업차 김군과 함께 입국한 A씨는 기독교로 개종했다. A씨는 2016년 난민 신청을 했지만 ‘신앙이 확고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인정 처분을 받았다. 김군도 함께 난민 신청을 했다가 불인정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학교 친구들이 힘을 보태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천주교계 등도 지지하고 나서면서 지난해 10월 ‘종교적 박해 가능성’을 이유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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