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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 “재벌은 가난한 집의 맏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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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9일 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로 공정거래조정원으로 나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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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재벌 행태를 교정하기 위한 미시적 접근 방법은 당초 목표한 재벌의 시장 지배력 및 경제력 집중에 따른 문제점을 완화하지 못했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도 충분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인 조성욱(55)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2012년 쓴 논문의 한 구절이다. 조 후보자의 '재벌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지난 9일 그를 ‘경제 검찰’ 공정위의 수장으로 낙점한 이유로 전문성을 꼽았다. 하지만 그의 전문성을 따져볼 만한 공정거래 관련 연구 성과가 많지 않아 관련해 쓴 최근 논문이 관심을 끈다.

조 후보자는 경제학을 공부한 뒤 경영학 교수를 지낸 이력을 가졌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석사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대학원(경제학)에서 1994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뉴욕주립대(SUNY)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고려대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일했다. 그런데 학계에 있는 동안 조 교수가 대기업 집단, 기업 지배구조 관련 연구를 집중한 기간은 주로 외환위기를 경험한 직후인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걸쳐있다. 2010년 이후로는 그보다 기업 재무 분야 연구에 집중했다.

그나마 공정거래 분야와 직접 관련 있는 최근 연구성과로 꼽을 수 있는 논문이 지난 2012년 공정경쟁연합회가 발간한『경쟁 저널』에 게재한 ‘대규모 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이다. 이 논문에서 그는 “(재벌은) 개별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과 다수의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이 있다”며 “이들이 시장 지배적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하거나 불공정행위를 하는 것은 단순한 경쟁법의 위반을 넘어 많은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난한 집 맏아들’을 위해 동생들이 희생한 것처럼, 최근 재벌의 높은 성과가 있기까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이들이 성장하도록 인적ㆍ물적 자원을 몰아준 우리 경제 구성원들의 희생이 있었다”며 “그들(재벌) 때문에 기회조차 받지 못한 기업 및 경제 주체들에게 보상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고 썼다.

대기업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걸맞게 엄격한 법 집행도 강조했다. 그는 “재벌의 불법 행위는 신고 건수에 비해 실제 적발돼 처벌을 받는 경우가 적을 뿐만 아니라, 적발되더라도 과징금이 낮아 불법행위를 방지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대기업의 입찰담합, 가격담합, 경쟁제한 또는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설립 목적은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가 주로 연구한 기업지배구조나 기업 재무구조는 공정거래법이란 넓은 범주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주류’는 아니다. 전임 위원장을 지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학계 출신이지만, 그는 오랜 참여연대ㆍ경제개혁연대 활동을 통해 부족한 전문성을 ‘현장 감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기업지배구조 이슈 자체가 공정위 본연의 업무(시장 독과점, 시장지배력 남용 규제)와 다소 거리가 있다”며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한국 대기업이 대거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등 급격한 변화를 겪었는데 이후로 관련 연구가 드물어 청문회를 통해서라도 전문성을 촘촘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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