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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우리말 톺아보기] 완곡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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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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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남의 불행이나 불길한 일, 추한 일과 관련된 말들은 되도록 입에 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런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듣는 사람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돌려서 완곡하게 표현하였는데, 국어에서는 이를 완곡어 또는 완곡 표현이라고 한다.

완곡 표현의 예를 들면 사람의 생명이 다하는 것을 ‘죽다’라고 하지 않고 ‘돌아가다’, ‘세상을 떠나다’, ‘숨을 거두다’, ‘별세하다’, ‘운명하다’, ‘유명을 달리하다’ 등으로 표현하고 ‘이혼하다’를 ‘헤어지다’, ‘갈라서다’ 등으로 표현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배설과 관련된 말 중에 ‘대변이 마렵다’를 ‘뒤가 마렵다’, ‘소변이 마렵다’를 ‘소피(所避)가 마렵다’, ‘용변을 보다’를 ‘볼일을 보다’라고 말하고 변소를 ‘뒷간’이나 ‘화장실(化粧室)’로 대체해 말하는 것도 완곡 표현에 해당한다. 그런데 요즘은 화장실의 의미가 확장돼 용변을 보는 일 외에 화장실에서 실제로 화장을 하거나 머리나 옷의 매무새를 손질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또한 공포의 대상이나 질병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에도 완곡 표현이 사용되었는데, 예로부터 호랑이를 ‘산신령’으로, 구렁이를 ‘집지킴이’로, 쥐를 ‘서생원(鼠生員)’으로, 천연두를 ‘마마’로, 도둑을 ‘도공(盜公)’ 혹은 ‘양상군자(梁上君子)’로 부른 것도 거리낌이 있는 대상을 직접 호칭하는 것을 꺼려 다른 완곡한 표현으로 바꾸어 부른 것이다.

이외에도 사람의 성기 따위의 신체 부위를 말할 때와 성행위를 표현할 때에도 직접 말하기를 꺼려 완곡 표현들이 사용되었는데, 강간을 ‘성폭행’으로 표현하는 것 역시 완곡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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