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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공급 부족으로 기존 집값 뛰고, 로또 아파트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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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강행하는 것을 두고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당장 분양하는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가 낮아지는 효과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논리다.

분양가 상한제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는 분양 감소에 따른 기존 아파트 쏠림 현상이 꼽힌다. 분양가가 제한되면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이 끊기면서 강남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인기 지역 기존 아파트로 수요가 몰린다는 논리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장은 "지금도 서울에서는 재건축 규제 때문에 새 아파트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상한제까지 더해지면 대부분의 조합들이 사업을 미룰 것"이라며 "입주 10년 이하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로또 청약'이 양산(量産)되는 것도 논란거리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최소 30%가량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강남 등 인기 지역에서 시세보다 30% 낮더라도 대부분 분양가가 9억원이 넘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은 안 된다. 현금 여력 있는 소수가 로또 청약을 독식하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분양가가 낮아지는 데 따른 비용을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다수의 재건축 조합원과 실수요자들이 누려야 할 혜택을 소수의 청약 당첨자가 독식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으로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택 품질 저하도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의 분양가는 토지 감정평가액과 정부에서 정한 기본 건축비를 토대로 산정되기 때문에 고급 자재나 특화 설계를 채택하기 어렵다. 정부는 "엄격한 관리로 품질 저하를 막을 수 있고, 분양가 항목에 가산비도 있어서 품질은 별 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건설업계는 "기본적으로 분양가를 옥죄는 정책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알아서 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성냥갑 아파트' 같은 획일적인 주택만 양산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한 대기업 건설사 분양 담당 임원은 "외환 위기 이후 분양가가 자율화되면서 국내 주택시장에서 고급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이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아파트도 만들고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최근 지어진 고급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면서 시장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snoop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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