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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발전소 짓는 시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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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의 에너지 전략은 많은 에너지를 싸게 공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와 사회적 갈등 때문에 과거처럼 발전소를 많이 짓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이젠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 6일 울산광역시 한국에너지공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창섭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우리가 계속 에너지 공급에만 의존한다면 심할 경우엔 '블랙아웃(대정전)'까지 겪을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전력망이 포화상태에 근접했고, 에너지 시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점점 심해져 공급을 무제한으로 늘리는 것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에너지공단은 산업자원통상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에너지 사용 효율 증진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제도와 지원 정책을 마련한다.

발전소 계속 늘리기 힘들어 수요 관리해야

김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16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그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석·박사를 마친 후 1992년 한국에너지공단에 입사, 11년간 에너지기술개발부문 기획팀장·국제협력팀장·전기에너지팀장·기후변화협약부문 정책팀장 등을 지냈다. 2003년 공단을 떠나 한국산업기술대, 가천대에서 교수로 일했다. 김 이사장은 자신을 학계의 '수요파'라고 했다. 전기의 공급 확대보다 수요 관리에 중점을 두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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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섭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지난 6일 울산에 있는 공단 본사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이젠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에너지 소비 효율 증진과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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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은 개발시대에 강력한 권력이 있었기 때문에 입지 갈등이 없었고, 과거 에너지 전략을 설계했던 훌륭한 분들이 한국이 고도성장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시설과 망을 여유 있게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과거처럼 발전소를 새로 짓고, 전기를 공급할 수 없습니다."

김 이사장은 "수도권 신규 발전소를 세울 때에도 내부적으로 전력망 포화 우려가 나온다"며 "현재 기술력과 설비로는 안정적으로 충분한 전기를 공급하는 데 역부족인 상황이 온다"고 경고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설비를 확충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밀양 송전탑 사태처럼 송·배전망,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 건설도 지역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 설비를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낮은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2016년 기준 세계 8위 규모의 에너지 소비 국가지만, 효율은 세계 중위권에 그친다. 김 이사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세계 에너지 다(多)소비 16개국의 효율 개선 수준을 평가했는데 한국이 9위를 했고, 미국 에너지효율경제위원회의 에너지효율정책 평가에선 한국이 25개국 중 13위(52.5)를 했다"며 "52.5점은 중국(59.5)보다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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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공단은 최저효율기준을 올리면서 대상을 확대하고, 에너지효율 향상 의무화제도(EERS)를 내년에 도입하기 위한 준비에 힘쏟고 있다. 최저효율 기준은 기기나 제품의 사용 전기 대비 효율을 측정, 효율 기준을 높여 전기 소비가 많고 효율이 낮은 장비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EERS는 건물의 형광등을 LED 조명으로 교체하거나, 공장의 모터 회전수를 줄이는 인버터(변환기) 같은 설비를 설치하도록 돕는 제도"라며 "공단은 내년 성공적인 EERS 정착을 위해 세부적인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사업 비리 예방대책 마련"

김 이사장은 재생에너지에 대해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면서 전기 효율을 높이는 것은 이번 정권만이 아니라 전 정권에서도 목표로 세웠던 것"이라며 "재생에너지는 원료를 해외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 차원, 환경오염이 적기 때문에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정부의 태양광 사업 비리에 대해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태양광 사업 확대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발생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산업 지원과 육성을 멈출 수는 없다"며 "대신 비리를 막을 수 있는 철저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울산=임경업 기자(u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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