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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옛 동독 남성들 "메르켈이 가장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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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통일 이후 가장 큰 좌절을 맛본 계층은 옛 동독 지역 남성들이다. 이들은 사회주의 체제였던 동독 시절 '노동자 계급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다가 통일 이후 '자본주의 낙오자'로 몰락하면서 상실감을 맛봤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예전 동독 지역 남성들은 서독인과 이민자들에 이어 '3등 시민'으로 전락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먼저 동독 남성들은 통일로 인해 아내와 여자친구를 잃으며 좌절을 맛봤다. 동독에서는 통일 당시 충격으로 일자리가 수십만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생계가 어려워지자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먼저 동독을 등졌다. 독일 연구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통일 이후 동독을 떠난 사람의 3분의 2가 여성이다. 동독 여성들은 서독에 가서 식당 종업원 등 손쉽게 취업할 수 있는 저임금 서비스 업종에 종사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옛 동독에서는 가정 붕괴 현상이 옛 서독보다 뚜렷하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가구 중 한 부모 가정의 비중이 옛 동독은 24.9%이고, 옛 서독은 17.5%로서 눈에 띄는 차이가 있었다. 동독의 젊은 남성들은 결혼 상대 여성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자주 나온다.

동독 남성들은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배신자'로 부르며 유독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동독 출신 저술가 프랑크 리히터는 "동독 남성들은 잘난 동독 여성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다"며 "서독에 옮겨가서 성공한 동독 여성을 상징하는 메르켈을 볼 때마다 자신들의 실패를 곱씹어야 하는 신세이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독 남성들은 이민자들에게도 밀리고 있다. 여성·젊은이가 떠난 빈자리를 채운 이민자들이 부지런하게 일하며 경제적으로 자립하면서 기존 동독의 중장년 남성들은 더욱 코너로 몰리고 있다. 상실감에 시달린 동독 남성들은 이민자들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대거 극우 정당 지지자가 되고 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au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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