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5 (토)

못찾겠다, 이어폰 구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갤럭시노트10이 마침내 헤드폰 잭에 작별을 고했다."(미국 CNN)

삼성전자가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공개한 프리미엄폰 '갤럭시노트10'은 사상 첫 두 종류 모델에, 6개 손동작을 감지하는 S펜 등 여러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일부 외신은 제품 아랫면에서 사라진 지름 3.5㎜ 작은 구멍에 관심을 쏟았다. 애플이 2016년 '아이폰7'에서 선도적으로 이어폰 구멍을 없앤 이후 많은 제조사가 이를 따라왔지만, 삼성은 잭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까지 이어폰 잭 없애기에 동참하면서, 이제 시장에선 무선(無線) 이어폰이 더욱 빠르게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선 이어폰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線 끊고 가는 중요한 타이밍"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인 강윤제 전무는 8일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깔끔한 디자인을 위해 이어폰 구멍을 없앤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을 끊고 가는 중요한 타이밍에 와 있는 시점에서 종합적 판단 끝에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계속 (이어폰 구멍을 없애는 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면 새로운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과거에 머무르게 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TV 디자인을 담당할 때 스피커를 안 보이게 숨기는 일을 했는데, 이 덕분에 사운드바(sound bar)라는 별도의 제품 시장이 생기고 자체 스피커 기술도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갤럭시노트10에 이어폰 구멍이 없어지면서, 사용자들은 무선 이어폰을 쓰거나 스마트폰 하단의 충전부에 별도의 연결 단자를 꽂아 기존 이어폰을 쓸 수 있다.

조선비즈

최근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는 구멍이 사라지고 있다. 왼쪽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10’, 오른쪽은 애플의 ‘아이폰XR’. /삼성전자·애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 전무는 "이미 삼성도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버즈'를 생산하고 있고, 시장 환경 역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상태로 접어들었다"면서 "사용자 입장에서 기존에 좋아하는 헤드폰을 계속 쓸 수 있는 대안(代案)이 전혀 없었다면 나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너무 많은 소비자 의견 때문에 혁신을 못 하는 것 역시 두려운 요소"라며 "앞으로 무언가를 위해 더 용감한 결정을 많이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차기 갤럭시S 시리즈 등 후속 제품에서도 이어폰 구멍을 만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뺄 것 빼고, 살릴 것 살렸다"

삼성은 갤럭시노트10을 철저히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의 관점에서 개발했다고 밝혔다. "뺄 것은 과감하게 빼고, 살려야 할 것만 남긴" 이른바 미니멀리즘(minimalism ·단순화) 전략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판단 속에서 이어폰 구멍뿐만 아니라, 기존에 전원 버튼이 있던 스마트폰 오른쪽 면(面)의 버튼마저 없앴다. 친환경을 추구하기 위해 제품 포장재에 들어갔던 비닐도 뺐다.

강 전무는 "대신 그립감(손에 쥐는 느낌)은 철저하게 살렸다"고 했다. 대(大)화면 스마트폰이지만,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착 감기는 느낌을 주는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갤럭시노트10플러스는 역대 최대 화면인 6.8인치를 달성하면서도 전 제품보다 두께를 1㎜가량 줄였다. 제품 크기는 유지하면서 화면 테두리를 사실상 없애다시피 하면서 화면 크기를 더 키웠다.

이번 제품의 대표 색상인 '아우라 글로우'는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다양한 색을 동시에 품은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강 전무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유로움을 표현한 것으로, 젊은 세대들이 자랄 때부터 미디어에 익숙해 여러 색상을 고루 접하고 디지털화된 색상에도 친숙하다는 점 역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갤럭시노트10과 함께 공개한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 액티브2'는 기존의 40㎜ 모델에, 남성용 44㎜ 제품을 추가했다. 그는 "스마트워치는 더 이상 시계에 머무르지 않고, 마치 스마트폰처럼 선택이 아닌 모든 사용자가 사용하는 기기가 될 것"이라며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처리해야 하기 위해 스크린 부분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제품 역시 갤럭시노트10처럼 제품 크기를 유지하면서 테두리 부분을 줄여 화면 크기를 더욱 키웠다. 강 전무는 "기술 파트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계속 진화(進化)한 디자인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뉴욕=박순찬 특파원(ideachan@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