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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매경시평] 기업은 누구에게 기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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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주에도 북한은 또다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였다.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핵도발조사기관(Nuclear Threat Initiative)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으로 북한은 총 127번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김일성 체제하에서 9번 발사하였고, 김정은 체제하에서 4번을 발사하였기 때문에, 전체에서 13번을 제외하면 무려 총 114번의 미사일 도발이 김정은 체제하에서 일어났다. 특히 2013년 이후 지난 6년 동안 무려 86번의 미사일 발사가 일어났다. 평균적으로 계산해 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이다. 이제는 북한 미사일 도발이 언론에 등장하는 평범한 일상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일이 되어가는 북한 미사일 도발이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곳이 있다. 한국을 투자 대상 지역으로 고려하는 다국적기업의 입장에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위험이다. 다국적기업이 특정 국가에 대규모 투자를 할 때는 정치 경제적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대규모 해외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에서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미사일 도발을 그냥 간과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과 경제적 관점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하소연할 수 있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고용과 투자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기대가 매우 높지만 청와대도, 정부도, 국회도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 같다.

한일 간 경제갈등 문제에 있어서도 기업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은 특별한 묘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정부기관에서는 기업 담당자들을 수시로 불러서 회의를 개최한다. 일부에서는 기업의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굳이 정부가 기업인을 불러 모으지 않아도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파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일본과의 경제적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서 정부와 기업은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 정부가 굳이 기업 담당자를 만나지 않아도 취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이 얼마든지 있다. 우리는 한국 경제가 핵심 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만 부각하면 된다. 일본이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집착하여 부당하게 경제 제재를 하면, 결국 한국 경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면 된다. 실제로 한국은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전 세계 수요의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 분량을 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2018년 기준으로 미국 중국 인도 터키 체코 러시아 브라질 슬로바키아 멕시코 등 9개 국가에서 4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한다. 일본 경제 제재가 결국 전 세계에 있는 한국 공장들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각해야 한다. 이런 전략을 취하면 적어도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를 포함한 10여 개 국가를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 같은 맞대응 전략을 취하기보다 대한민국의 역사관은 과거 역사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한다는 사실만 부각하면 된다. 일본의 역사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도 없이, 우리의 올바른 역사관만을 부각하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피해를 입었던 대다수 국가를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중국, 필리핀, 싱가포르, 괌, 브루나이, 홍콩 등 아시아 대륙의 상당수 국가가 일본 침략과 고통을 겪었던 지역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일본과 경제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이런 대안들은 누구라도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전 국가적 차원에서 감정적인 반일 감정이 형성되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면 이번 사안에 대한 주요 관계자들이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경쟁을 치르는 한국의 기업들은 과연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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