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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사설] 영공 침범 이은 러 KADIZ 무단 진입, 단호히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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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러시아 군용기가 지난달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데 이어 8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무단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일본 통합막료부(합동참모본부에 해당)가 9일 ‘러시아 초계기 TU-142 2대가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를 비행했다’는 내용을 공개하면서 뒤늦게 전해졌다. 일본 측이 발표한 뒤 군 당국은 러시아 초계기가 KADIZ에 진입해 우리 군도 대응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군은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머문 시간이 짧고, 대부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머물렀기 때문에 우리 군의 대응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군이 입을 다문 게 러시아에 항의조차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기 위해서였다면 곤란하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외국 군용기의 식별을 위해 자국 주변 상공에 임의로 설정한 구역이다. 이 구역에 진입하려면 사전에 비행 목적과 경로 등을 해당국에 통보하는 것이 국제 관례다. 러시아는 주변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영공을 침범하고도 부인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올 들어 중국은 25차례, 러시아는 13차례나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했다.

러시아의 잇단 KADIZ·영공 침범은 한국을 무시하는 행위이자, 동북아 안보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도발이다. 지난달 23일에는 러시아의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외국 군용기로는 사상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사격까지 했다. 지난 2일 국회가 당시 KADIZ와 영공을 침범한 중국·러시아를 상대로 동북아 안전 위협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다. 중국·러시아의 KADIZ 및 영공 침범은 우리의 영공 수호 태세를 떠보고, 대응 능력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양국 간 약한 고리인 독도 인근 상공을 고의로 침범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영공·KADIZ 침범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동해 KADIZ는 다른 나라의 방공식별구역과 중첩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 군용기가 진입했다면 의도적 행위로 봐야 한다.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에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최근 중·러의 잇단 도발은 한·미·일 삼각 협력의 빈틈을 노린다. 한·미동맹을 한층 굳건히 하고 한·일 관계도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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