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수출 규제 시행세칙의 ‘포괄허가취급요령’도 함께 공개했는데 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기존 품목 외에 개별허가를 얻어야 하는 수출 품목을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다. 3개 품목 외에는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부터 현재처럼 수입이 가능해 관련 업계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이 추가 조치는 내놓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경제 보복을 완화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일본은 수출상대국 분류 4개 등급 가운데 한국을 B등급으로 낮춤으로써 앞으로 마음만 먹으면 개별허가 품목을 쉽게 추가할 수 있는 길을 깔아 놓은 것이다. 언제든 고삐를 더 죌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최소한 28일까지 3주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어제 “경제 보복이나 대항 조치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의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한국 경제를 이미 큰 혼란에 빠뜨려 놓고 “한일 관계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8일 일본을 현재 29개국인 수출 통제 우대국가 그룹, 즉 ‘가’ 지역에서 신설한 ‘다’ 지역으로 강등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거쳐 확정한 뒤 공개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어제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듯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그렇지 않아도 세계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모두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가 조율되고 있고 3개국 외교장관 회담이 이를 위해 이달 21일경 중국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안보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한일 양국이 의사소통의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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