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 저 ‘악학궤범 新연구’
한태동 교수 악학궤범 연구 기반 동양 악률법 ‘삼분손익법’ 분석
1493년(성종 24년) 편찬된 조선의 음악 이론서 악학궤범을 수학적 원리로 풀어낸 책이 나왔다. 김상일 전 한신대 교수가 최근 발간한 ‘악학궤범 신(新)연구’(사진)는 한태동 연세대 명예교수가 1998년 내놓은 연구 저서 ‘세종대(世宗代)의 음성학’의 악학궤범 연구를 발전시킨 책이다. 당시 한 교수는 악학궤범을 통해 동양과 서양 음악 원리의 차이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학적으로 비교했다. 핵심은 음계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피타고라스 콤마’를 동서양 음악이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음악에서 피타고라스 콤마란 음(音)을 연주하고 남는 음의 길이 값을 말한다. 김 전 교수는 “태음력에서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주기인 29.5305일에서 0.5305에 해당하는 윤일(閏日)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서양에선 한 옥타브의 길이가 1200센트(cent)다. 이때 일정 비율로 음과 음 사이를 조율하고 나면 24센트가 남는다. 서양 클래식 음악에서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은 이 24센트를 얼마나 줄이냐에 달려 있었다. 바흐는 피타고라스 콤마를 음과 음 사이에 거부감 없이 집어넣는 악률법인 ‘평균율’을 만들어 6센트까지 줄였다.
반면 악학궤범을 비롯한 동양음악은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이란 악률법으로 피타고라스 콤마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음을 만들었다. 삼분손익법은 한 음의 값에 3분의 1을 곱한 수를 더하거나 빼 음을 만들면서 음양의 조화를 꾀하는 방법이다.
이 책은 동양 음악은 수학적으로 동양 건축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도 소개한다. 삼분손익법으로 나온 음의 값을 로그함수를 이용해 그래프로 그리면 동양 건축의 처마와 같은 현수곡선이 나타난다고 한다.
악학궤범은 삼분손익법을 발전시켜 ‘청중탁’ ‘탁중청’ ‘청중청’ ‘탁중탁’같이 음을 세분화하는 ‘상하12지법’을 도입했다. 상하12지법은 전통놀이인 윷판의 구성과도 유사하다. 김 전 교수는 “악학궤범은 단순히 음악에 국한된 저서가 아닌 우리 민족 고유의 사유 방식까지 담고 있다”며 “중국 음악 이론서인 율력신서와도 뚜렷한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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