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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평점테러와 건강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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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또 다시 ‘평점 테러’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세종대왕의 업적 가운데 하나인 한글 창제 과정을 그린 ‘나랏말싸미’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여 평점 테러를 당했다. 한글은 세종대왕 창제설이 정설인데, ‘나랏말싸미’가 신미 스님 조력설로 이야기를 풀어낸 탓이다.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하더라도 자칫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며 ‘나랏말싸미’의 이야기는 거부됐다. 평점을 낮게 주는 행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도 보지 않고 1점을 매기는 행태는 가혹하다.

근래 여름 대작 영화들, 그 가운데 몇몇 영화도 평점 테러의 타깃이 됐다. 2017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의 탈출기를 그린 ‘군함도’와 2018년 동명의 일본 유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인간병기 이야기 ‘인랑’ 그리고 2019년 올해 ‘나랏말싸미’까지, 높은 기대치를 선두에서 한몸에 받았던 영화들이 일부 관객으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아쉬운 점은 평점 테러가 작품을 제대로 평가할, 비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비판을 하려면 그 대상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알려면 영화를 봐야 한다. 하지만 ‘무수한 1점’들이 영화에서 눈 돌리게 만든다. “안 봤지만 보고 싶지 않다”(sk******)며 영화를 보지 않고 평점을 주는가 하면 “보지 마라”(bo******)면서 나쁜 영화로 선동한다. ‘내가 이 영화를 나쁘게 봤으니 너도 같은 생각이면 좋겠다’는 자신의 취향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심리 같다. 흑과 백·선과 악·호와 불호 중간을 허용하지 않는 극단적 사고와 자신과 다른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풍토가 심해져 건강한 담론 형성을 막고 있다. 이는 좋은 이야기, 좋은 작품 발굴을 어렵게 한다.

‘나랏말싸미’는 현재 100만명을 넘기기 어렵게 됐다. 총 제작비 130억원의 작품이 여름 성수기에 받아든 스코어로는 처참하다.

오히려 더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고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지금보다 더 활발한 논란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영화에 대한 더 치열한 토론과 비판이 세종대왕과 한글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평점 테러가 소통이나 비판의 여지도 주지 않는 풍토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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