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은 환율조작국" 딱지…NYT "미·중 위험한 국면 진입"
中 인민은행 "단호히 반대…환율을 무역전쟁 도구로 쓴 적 없어"
'환율전쟁 공포' 휩싸인 美증시…올해 최대 낙폭 |
(서울·뉴욕·베이징=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이귀원 심재훈 김윤구 특파원 = 미국이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해 양국의 무역 갈등이 환율전쟁으로 확전하고 있다.
미중 간 충돌이 경제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상당 기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는 "스티븐 므누신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고 성명에서 밝혔다. 이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6일 미국의 이번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단호히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므누신 장관은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했다"면서 "중국이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이고 큰 규모의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용이하게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허용하고 중국 기업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중단하고,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 국가에 대해 환율 저평가 및 지나친 무역흑자의 시정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으면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적인 감시 요청 등의 구체적인 제재에 나설 수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7위안'의 벽이 깨진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위안대에서 7위안을 넘은 '포치'(破七) 현상이 나타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에 대응해 위안화 가치 하락을 허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환율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이 2018년 무역전쟁 이후 경쟁적인 통화 절하에 의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을 무역전쟁의 도구로 사용한 적도 없고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데 대해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기준에도 맞지 않으며 제멋대로 일방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인 행위로 국제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글로벌 경제 금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민은행은 앞서 전날 '포치'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이 은행은 5일 성명에서 "일방주의와 보호 무역주의 조치 및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예상 등의 영향"이라면서 "시장의 수급과 국제 환율 시장의 파동을 반영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무역협상의 좌초 이후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2개월여만에 다시 열린 고위급 무역 협상이 별 진전 없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곧바로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9월1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정부는 현지 시각 이날 새벽 온라인 성명에서 추가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 중국 환율조작국 전격 지정 |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의 발표에 앞서 이날 트위터에서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고 공격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었는데 결국 실행에 옮긴 것이다.
AP통신은 환율 조작국 지정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 환구시보는 이미 미국이 대규모로 추가 관세를 매기고 있다면서 "'환율조작국'이라는 딱지는 가치가 현저히 낮아졌으며 미국의 허장성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증시가 추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무역협상의 조속한 타결 가능성은 희박해졌으며 경제 전면전의 우려도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웨스트팩'의 환율 전문가인 리처드 프래뉴로비치는 "매우 도움이 되지 않는 무역전쟁의 또 다른 격화이며, 아마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셔널 오스트리아 뱅크'의 선임 환율 전략가인 로드리고 카트릴은 "미중 무역전쟁은 더 악화할 것이고, 우리는 공식적으로 환율전쟁 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달러 가치 평가절하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릴 방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지난달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불만을 터뜨려왔다.
또 중국 언론은 "농산물 구매 중단은 중국의 공구함에 있는 도구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면서 추가 보복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다.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가 이달 말부터 미국 하와이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한 것도 극도로 민감한 시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에어차이나는 네트워크 구성과 인력 배분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으며 무역 갈등과의 관련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중 갈등 격화로 중국이 미국 여행 제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중국은 정치적 이유로 한국과 대만에 여행 금지령을 내린 전례가 있다.
미중 갈등에는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탈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재래식 중거리 미사일 배치 희망 발언, 대만해협 등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 등 군사 문제까지 포함돼 있어 쉽게 풀기 힘든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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