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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美 트럼프 정부, 베네수엘라 `엠바고` 단행…北·이란·시리아·쿠바 이은 포괄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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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아래)을 겨냥해 베네수엘라 엠바고 행정명령에 5일(현지시간) 서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비민주적 선거를 통해 재선됐으며 인권 유린을 하는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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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엠바고(embargo 금수조치)'를 선언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기존의 개별적 제재를 확대해 국가 전체에 대해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엠바고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즉시 발효된다.

현재 미국이 엠바고 조치를 취한 나라는 북한과 이란, 시리아, 쿠바 정도다. 엠바고 소식을 보도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엠바고가 통상 무역 금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취하는 제재 중 가장 포괄적이고 강도가 높은 단계라고 이날 전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5일 국영 '우니온 라디오(Union Radio)' 인터뷰에서 "미국이 최악의 경제 침략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제멋대로 우리 소유 미국 내 정유기업 시트고를 경매에 붙이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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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엠바고 조치를 발표한 백악관 [사진 출처 =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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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백악관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베네수엘라 엠바고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미국 내 혹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모든 부동산 등 재산과 수·출입 거래가 금지된다. 또 국영기업을 비롯해 현 마두로 정권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미국 입국 허가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번 베네수엘라 엠바고 행정명령은 미국 헌법과 국제비상경제법, 국가 비상사태법, 이민·국적법과 이른바 '슈퍼 301조' 를 근거로 이뤄졌다. 슈퍼 301조는 미국이 상대 국가의 불공정한 무역 제도나 관행을 문제 삼아 정부 차원에서 관세 부과 등 보복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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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우). [사진 출처 = 마두로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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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바고 배경은 두 가지다. WSJ는 이번 조치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에 대해 군사·경제·외교적 지원을 해온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베네수엘라 위기 해결을 위한 전세계 대화'모임에 참석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범죄자 마두로를 도운 중국과 러시아는 마두로 정권이 빌려간 수십억 달러 빚을 받아내지 못할 것이며 미국의 제재로 엄청난 결과가 야기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간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가 후안 과이도 의장을 지원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전복을 모색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대통령과 군부·사법부 등 지지 세력이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군사 개입'을 제외한 초강경 압박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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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를 마중나갔다`는 이유로 3월 추방당한 다니엘 마르틴 크리너 독일 대사가 지난 달 7월 25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돌아와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외교 두절로 치닫던 독일과 베네수엘라는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다. [사진 출처 = 아레아사 장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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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엠바고에 대해 국제사회가 반발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싱크탱크인 윌슨 센터 연구원이자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라틴아메리카 담당 보좌관을 지낸 벤자민 제단(Benjamin Gedan)은 WSJ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을 제재한 이후 백악관은 또 가장 힘든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면서 제재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냈다. 이번 베네수엘라 제재는 심지어 미국의 동맹인 유럽이나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 충분한 입장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 때 외교 관계 두절 사태에 치달았던 독일과 베네수엘라는 지난 달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다. 압박을 통해 마두로 정권을 뒤엎으려는 미국과 달리 유럽연합(EU)회원국은 마두로 정권을 설득해 민주적인 재선거를 치르는 방안 등을 논의해왔다.

올해 들어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사 PDVSA를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개발은행과 중앙은행, 100여개 기관과 핵심 인물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제재 조치를 해왔다.

최근들어서는 쿠바에 대해서도 "마두로를 지속적으로 돕는 다면 더 심각한 엠바고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와 쿠바, 니카라과를 "망해가는 공산주의 국가이자 폭정의 3인방"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두 대통령 정국'이 6개월을 넘기는 등 장기화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야권과 마두로 정권간 대화가 몇 번 이뤄졌지만 합의점을 전혀 찾지 못한 상태다. 앞서 야권 과이도 국회의장은 무능하고 부패한 마두로 대통령이 불법·비민주적 선거를 통해 재선에 당선됐다면서 올해 1월 "헌법상 내가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후 미국 등 50여국의 지지를 받았다.

과이도 의장은 지난 4월 말 군사봉기를 시도했지만 군부 등이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야권을 돕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봉기 실패 이후 "베네수엘라에는 자기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만 40명이 넘는다. 상황이 지독하게 복잡하다"고 한 바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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