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획전 출품했던 일본 작가 토로
"그 화랑서 내년 개인전 개최 어렵게 돼"
4일 중단 당일엔 전시장 바깥서 항의시위
"전시 재개할 때까지 계속 액션 취할 것"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 주최 측은 4일부터 이번 전시를 전면 중단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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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지내는 화랑 경영자로부터 ‘이런 (일·한 관계가 악화된) 시기에 위안부상 전시는 이상하다. 함께 출품한 당신도 이상하다’는 말을 들었다.”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 가운데 같은 기획전에 참가한 일본 조각가 나카가키 가쓰히사(中垣克久)가 5일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그 화랑에서 내년에 갖기로 했던 개인전 개최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소녀상 전시를 포함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나카가키는 평화헌법 9조를 지키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내용을 표현한 작품을 이번 기획전에 출품했다. 소녀상과 마찬가지로 5년 전 도쿄도립미술관 전시 중 ‘정치적’이란 이유로 철거당했던 작품이다.
이번 전시 중단과 관련, 나카가키는 “(극우 인사들의) 협박이 있어도 우선 경찰에 얘기하는 것이 좋지 않냐"며 "경비 강화 프로세스를 넘어서 갑자기 중지를 결정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협박을 받았다고) 이렇게 가볍게 주최자 측이 꺾이는 사례는 내가 아는 한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전시 중단 전날인) 3일 밤늦게 실행위원회로부터 전화로 ‘전시할 수 없게 됐다’고 들었다"며 "작가를 빼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이상하다. 이것도 일종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나카가키는 소녀상에 대해선 “순수예술은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를 생각하는 전시회에 내는 것은 나쁘지 않다”며 “본 사람이 자유롭게 평가하거나 반박하면 된다. 그런 자유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평화의 소녀상’ 등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그 후’ 기획전이 4일 중단됐다. 이날 임시 벽이 설치된 전시관 출입구 앞에 관람객과 작가, 경비인력 등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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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단이 강행된 4일엔 나고야의 전시장 인근에서 일본 시민 등 200여 명이 참가한 항의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번 사태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며 소녀상 전시 재개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나고야의 시민단체 활동가 하야시 고스케(林晃佑)는 마이니치신문에 “전시가 없으면 작품 내용을 논의할 수 없고, 새로운 생각도 나오지 않는다”며 "비판이 있어도 (전시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월 14일까지) 전시회 기간에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여러 가지 액션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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