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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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정부의 압박과 극우층의 반발로 인해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불과 사흘만에 중단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기획전에 참가한 조형작가 나카가키 가쓰히사씨는 5일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품을 보는 사람이 자유롭게 평가하고 반박하게 하는 것이 좋지만, 그런 자유가 사라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전시중단 결정이 문화·예술의 독립성 침해라는 일본 내 현 주소를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다.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전은 당초 8월1일부터 10월14일까지 75일간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본 우익진영의 테러 예고와 협박성 항의가 잇따른다는 이유로 전시전은 불과 3일만에 끝났다. 행사 주최측은 전날부터 아이치현 문화예술센터 전시장 입구에 가설벽을 세워 관람객들의 출입을 막고 있는 상태다.
나카가키씨는 이번 전시 중단 결정이 "협박이나 폭력을 인정하는 일이 돼 버렸다"며 "소란을 피우면 전시회를 중단 수 있는 선례를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3일 밤에서야 갑자기 위원회로부터 전화로 '전시할 수 없게 됐다'고 연락받았다"며 "작가를 배제한 결정은 잘못됐다. 이 것도 일종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이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보조금 지급 문제를 거론하면서 전시 중단을 압박한 것 역시 "허용할 수 없는 발언으로, 문화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시를 보기 위해 문화예술센터를 찾은 나카가 하우로씨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단된 것은 유감"이라며 "소녀상을 직접 보고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요 언론과 관련 단체들도 비판행렬에 가세했다. 일본언론문화정보노조회의(MIC)은 전날 성명을 내고 "사실상의 검열"이라며 "공권력이 개별적인 표현의 자유를 평가해버리면 사회 전반의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없어진다"고 밝혔다. 일본 시인, 소설가 등 문인 1000여명이 가입된 일본 펜클럽은 스가 장관, 가와무라 시장 등의 발언을 "헌법 21조 2항이 금지하는 검열"이라고 지적했다. 전시전에 작품을 출품한 박찬경, 임민욱 작가는 지난 3일 사무국에 이메일을 보내 "내 작품을 철거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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