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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평화의 소녀상' 머리에 '종이봉투' 수모도…日 관람객 “표현의 자유 차단,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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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전언…소녀상 언급하며 '올해가 최악의 전시회' 항의도

세계일보

지난 3일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히가시구의 아이치 예술문화센터에서 관람객이 소녀상을 보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고있다. 아사히신문 캡처


일본의 국제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이 수모를 겪었다.

몇몇 극우 성향 단체 등의 항의를 시작으로 급기야 폭파 위협이 나오자 주최 측은 백기를 들고 4일 소녀상 전시를 중단했다.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날 소녀상 전시 소식이 전해지자 관람객들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전시장을 찾았다.

소녀상이 전시된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히가시구 소재 아이치 예술문화센터 매표소에는 오전 10시 개장 전부터 입장객의 긴 줄이 늘어섰다.

소녀상이 전시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실에는 오전 11시를 지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소녀상을 본 관람객의 반응은 양극으로 엇갈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전시실에 입장한 한 40대 남성은 “해마다 전시회에 왔지만 (소녀상이 전시된) 올해는 최악”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또 어떤 이는 소녀상 머리 부분에 종이봉투를 씌워 얼굴을 가렸다.

‘소녀상이 보기 싫고 남들이 봐서도 안 좋다’는 개인적 생각에서다.

봉투는 전시장을 찾은 다른 일본인 관람객이 걷어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전시는 오래가지 못했다.

직원들은 전시실을 비워야 한다면 관람객을 쫓아냈다.

이에 몇몇은 “왜 쫓겨나야 하느냐”라고 항의했지만 직원들은 ‘업무’를 이유로 들었다.

한편 많은 관람객은 조용히 작품을 감상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기후현에서 전시장을 찾은 노무라 히로시(64)씨는 “소녀상은 한국의 일본 대사관 앞에 놓인 정치성이 없으면 맥 빠지는 작품”이라며 “정치적인 의미가 있어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직 나고야시 공무원은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전시회장을 찾았다”고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며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망언을 한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을 겨냥해 “개인적인 생각을 마치 모두의 생각인 냥 공개적으로 발언한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소녀상이 전시된 전시실은 오후 4시 반쯤 입장이 제한됐다.

오후 5시가 돼서 전시장을 찾은 한 여성(61)은 아사히에 “중국, 한국과의 문제가 남은 상태에서 종전이 돼 어쩔 수 없는 것인가”라며 소녀상 전시 중단에 의문을 드러냈다.

또 아이치현에서 고교생 아들과 전시장을 찾은 오와리 아사히(54)씨는 “표현의 자유에 관해 생각해볼 기회를 잃어버렸다”며 “(소녀상 전시 중단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낙담했다.

멀리 도쿄에서 온 38세 회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은 “(소녀상 전시 중단은) 협찬 기업의 압력에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소녀상은 사회와 사람이라는 과제를 제시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생각하게 하는 현대 미술의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고 협박해 전시를 망친 매우 나쁜 사례로 남게 됐다”고 비판했다.

4일 오전 10시 아이치 문화예술센터 8층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장 입구에는 가벽이 설치됐다.

8층 전시장 안에서도 가장 안쪽에 자리한 이 전시실을 찾은 관람객들은 가벽만 촬영한 뒤 쓸쓸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소녀상 전시 중단…규탄하는 목소리 잇따라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과 관련 일본 각계에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시인과 수필가, 소설가 등 1000여명이 모인 일본 펜클럽은 소녀상 전시 중단에 앞서 성명을 내고 “창작과 감상 사이에 의사를 소통하는 공간이 없으면 사회의 추진력인 자유의 기풍도 위축된다”며 전시를 요구했다.

또 소녀상 전시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온라인 서명운동에 이날 현재 일본인 5800여명이 동참했다.

세계일보

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을 알리는 팸플릿이 들려있다. 전날 아이치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는 개막 사흘 만에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의 중단을 결정했다. 트리엔날레 관계자는 ”어젯밤 누군가 항의하는 뜻에서 팸플릿을 놓아두고 간 것으로 안다”며 ”일본 내 표현의 부자유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나고야=연합뉴스


이 기획전의 실행위원(운영위원)들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더해 전시 중단을 규탄하며 나고야시 지방법원에 전시 중단 조처를 중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소녀상 전시 중단과 관련한 전시회의 한 관계자는 “어젯밤(3일) 누군가 소녀상 품에 ‘표현의 부자유’에 항의하는 뜻에서 팸플릿을 놓아두고 갔다”며 “일본 내 ‘표현의 부자유’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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