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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소녀상 철거에 일본서도 반발…"전후 일본 최대 검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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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도쿄서 철거된 뒤 두 번째 사태

'소녀상 철거 자체가 기획전 취지와 모순'

일본펜클럽, 철거 당일 항의 성명 발표

"한·일 관계 영향…정치와 문화 분리해야"

중앙일보

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팸플릿이 들려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의 전시 중단 결정에 따라 이날부터 전시장은 닫힌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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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전시 중이던 ‘평화의 소녀상’이 강제 전시 중단 사태를 맞으면서 일본 내에서 문화단체의 항의 성명이 나오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0월 14일까지 일본 아이치(愛知)현에서 열리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출품된 소녀상은 전시 사흘만인 3일 주최 측으로부터 철거 명령을 받았다. 이번 전시회의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 예고나 협박으로 여겨지는 전화나 e메일이 오고 있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도 알리고 싶다”며 상황 악화를 대비해 전시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무라 지사는 현재는 무소속이나 원래 자민당 소속으로, 고이즈미 내각에서 경제산업성 정무관(차관보급), 아베 1기 내각에서 내각부 부대신(차관급)을 지낸 '친 아베'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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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소녀상이 전시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기획전으로 가는 통로가 막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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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테러 예방' 등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소녀상 전시 장소인 나고야(名古屋)시의 가와무라 다카시(河村隆之) 시장은 “(소녀상 전시는)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며 전시 중단을 촉구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3년마다 열리는 일본 최대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 교부 중지를 시사하는 등 소녀상 철거를 압박했다.

소녀상 전시를 주도했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 실행위원들은 철거 결정이 나오자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로 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이들은 “이번 전시 중단 결정은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됐다”며 “현대 일본의 표현의 부자유 상황을 생각하는 기획을 주최자가 스스로 탄압하는 것은 역사적인 폭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후 일본 최대의 검열사건이 될 것”이라며 “일방적인 중지 결정에 대해 법적 대항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한 소녀상이 일본에서 전시 중 철거되기는 2012년 도쿄도립미술관 전시회 이후 두 번째다.

7년 전엔 20cm 크기의 미니 소녀상이 전시됐는데, ‘정치적인 표현물’이라는 이유로 철거됐다. 이번 전시회에 소녀상이 초대된 이유 역시 이런 박해에 근거한다. 같은 기획전 내 다른 전시물들 역시 평화헌법 9조를 다루거나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의 초상을 훼손하는 등의 이유로 과거 철거당한 경험이 있는 작품들이다.

'일본펜클럽'은 철거 당일 항의 성명을 발표하며 전시 속개를 요구했다. 성명은 “저작자가 자유롭게 창작하고 수용자도 자유롭게 감상한다”며 “동의하든 반발하든 창작과 감상 사이에 서로 의사소통할 공간이 없다면 예술의 의의를 잃고, 사회의 추진력이 되는 자유의 기풍도 위축돼 버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발단으로 여겨지는 가와무라 시장과 스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런 발언은 정치적 압력 그 자체”라면서 “헌법 21조 2항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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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전날인 지난 3일 소녀상이 설치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장 앞에 많은 관객이 소녀상을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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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악화가 이번 사태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헌법학자인 사카구치 쇼지로(阪口正二郎) 히토쓰바시대대학원 헌법연구과 교수는 NHK에 “일·한 관계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치적인 물의나 비판이 일어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전시 중지란 (상황까지) 내몰린 것은 매우 안타까운 결과이고 있어선 안 되는 사태”라며 “어디까지나 정치와 문화는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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