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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일본서 '소녀상' 전시 사흘만에 중단…"'표현의 부자유' 선언"(종합3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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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출품된 나고야 아이치트리엔날레 기획전 닫혀…2012년 이어 두번째 철거

일왕 겨눈 영상 작업도 기획전 출품돼 우익 극렬 반발

일본 정부, 전방위 압력…작가·큐레이터들 "역사적 폭거" 항의 성명

연합뉴스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서울=연합뉴스)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에서 공식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에 출품된 김운성 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2019.7.31 [김운성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나고야=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개막 사흘 만에 강제로 중단됐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관계자는 3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가 오늘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중단됐다"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도 오무라 지사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시 중단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오무라 지사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실행위원회 위원장이다.

오무라 지사는 "(전시에 항의하는) 팩스와 메일, 전화가 사무국을 마비시켰다"라면서 "행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서 열리는 '표현의 부자유, 그 후'는 그동안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현대미술 작품을 한데 모아 선보이기 위해 트리엔날레 기획전 형식으로 마련됐다.

전시는 1일 개막하자마자 일본 정부 인사들의 전방위적인 중단 압력과 우익 세력의 항의에 부닥쳤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이 2일 정례 회견에서 "(행사에 대한) 정부 보조금 교부 관련 사실관계를 조사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날 전시장을 찾은 가와무라 다카시(河村隆之) 나고야 시장은 위안부 문제가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우익 성향 시민의 집단적인 항의도 거셌다. 3일 오전에는 "철거하지 않으면 가솔린 탱크를 몰고 전시장을 들르겠다"는 팩스 메시지가 사무국에 도착했다는 게 오무라 지사의 설명이다.

이번 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김운성·김서경 조각가의 소녀상과 안세홍 사진가의 '겹겹' 연작뿐 아니라 일왕을 정면으로 겨눈 영상 작업 등을 포함해 극우·보수 세력의 더 강한 반발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행위원회는 사무국의 심각한 고충을 이유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 전체를 개막 사흘 만에 닫는 결정을 내렸다.

실행위원회는 일단 전시장 바깥에 경찰 병력을 배치해 전시를 닫고, 철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트리엔날레 관계자가 전했다.

일본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이 내려지는 것은 2012년 도쿄도립미술관 전시에서 20cm 크기 모형 소녀상이 '정치적 표현물'이라는 이유로 철거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큐레이터들과 참여 작가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단 통보를 받은 큐레이터들은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역사적 폭거이며 전후 일본의 최대 검열 사건이 될 것"이라면서 법적 대응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오전 귀국한 김운성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는 일본 스스로 '표현의 부자유'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성토했다.

김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극복이 담긴 소녀상을 전시함으로써 일본 시민과 대화하려는 것인데 일본 정치인들이 끝내 이를 저지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저들 정치인은 평화를, 진실을 알려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날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장은 몰려든 관람객들로 온종일 붐볐다.

행사 스태프가 공식 폐막 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도 '표현의 부자유' 전시를 관람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돌려보내는 장면도 목격됐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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